(커넥트 데일리=사공호상 교수ㆍ전 국토지리정보원 원장) 거버넌스(governance)는 조직 또는 시스템 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조정하는 프로세스나 구조를 말한다. 거버넌스는 조직의 투명성, 책임성, 효율성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거버넌스는 사회의 변화와 산업 및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체계를 바꾼다. 기술의 융합과 데이터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과 챗 GPT를 계기로 가속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시대의 거버넌스는 어떤 구조가 효과적일까? 엘빈토플러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100마일이라고 했을 때 정부의 조직변화는 25마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술과 거버넌스 간 이격이 커질수록 사회와 산업의 발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공간정보 거버넌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므로 조직과 데이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즉 데이터의 품질과 표준, 상호운용성, 보안, 활용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조직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공간정보 거버넌스의 아쉬운 점과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개방적이고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공간정보 조직은 1995년 ‘NGIS팀’으로 출발하여 2008년 국(局) 단위로 확대된 이후, 17년 동안 변함없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의사결정체계는 초기처럼 다부처가 참여하는 형식이지만 실제로 국토교통부 업무로 국한되면서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협력적인 거버넌스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국단위의 중앙정부 공간정보 조직을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파트너십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공간데이터의 수집ㆍ관리ㆍ가공이 수월하고 공유가 원활한 환경에서 공간정보 조직은 미국의 ‘연방공간정보위원회(FGDC)’나 영국의 ‘국가공간정보위원회(Geospatial Commission)’처럼 공공과 민간, 산업계와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비전과 기준, 표준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는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거버넌스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 중심의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공간데이터 거버넌스 조직은 이원화 구조다. 공간정보 정책은 국토교통부(국토정보정책관), 공간데이터는 국토지리정보원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정책과 데이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양 기관 간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중첩이나 중복의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면 산업계나 사용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편, 공간정보 업무는 데이터의 생산, 관리, 활용 등과 관련이 있어 일반행정보다 기술행정에 가깝다. 기술행정은 데이터의 특성이나 관련 기술에 기반하므로 법제도를 운용하면서 데이터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데이터 생산 국가기관이 법제도를 개선하기 어렵다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셋째, 지자체의 역할과 위상이 바뀌어야 한다. 국가기본도의 실시간 갱신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를 신속하게 갱신하려면 데이터의 흐름을 ‘단방향’에서 ‘양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즉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급자와 사용자, 정부와 민간 등이 파트너가 되어 데이터를 원활하게 주고받아야 한다. 민간의 지도플랫폼은 사용자가 갱신의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한다. 일본의 국토지리원은 전국의 ‘기반지도’를 지자체(도도부현)에 제공하고, 각 지자체는 해당 지역의 ‘기반지도’를 자체적으로 수정·갱신하여 국토지리원에 제공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 우위의 하향적인 거버넌스를 상호 협력적인 거버너스로 바꾸려면 재정이나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가공간정보에서 지자체의 역할과 위상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넷째,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지원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현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6대 국정목표의 하나로 정한 바 있다. 공간정보는 인프라이자 중간재 성격이 강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민간은 용역사업에만 참여하는 수동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도입하고도 사업의 프로세스나 기준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산업계가 학계와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혁신 대안을 제시하고 공공의 지원을 끌어내는 적극적인 ‘민간주도’의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사공호상(司空昊相) 대학에서 토목공학,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석사)과 도시공학(박사)을 공부했다. 국토연구원에서 30여 년간 위성원격탐사와 GIS, 공간정보 정책을 연구하면서 GIS연구센터장, 글로벌개발협력센터 소장, 공간정보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3년간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국토’의 기반을 다졌다. 국가공간정보위원회ㆍ국가지명위원회ㆍ중앙지적위원회 위원과 한국지리정보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구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보고서로 ‘초연결 시대에 대응한 공간정보 정책 방향 연구(2016)’,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차세대 국가공간정보 전략연구(2017)’ 등이 있으며 저서로 국내 공간정보 정책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의 공간정보 정책(회고와 전망)’을 2023년 3월 발행했다. <저작권자 ⓒ 커넥트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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