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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공간정보 R&D 기획이 어려운 이유(2)

사공호상 박사의 '공간정보 세상'

사공호상 박사 | 기사입력 2024/03/26 [11:11]

[명사칼럼] 공간정보 R&D 기획이 어려운 이유(2)

사공호상 박사의 '공간정보 세상'

사공호상 박사 | 입력 : 2024/03/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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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데일리=사공호상 교수ㆍ전 국토지리정보원 원장) 최근 들어 정체된 공간정보 분야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개발(R&D) 사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여러 군데서 포착되고 있다. 공간정보는 ’8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PC와 디지털 바람을 타고 지형정보, 지리정보, 공간정보로 이름을 바꿔가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공간정보가 융합하면서 활용 여건이 획기적으로 전환되어 국방과 산업, 일상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필수적인 정보인프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공간정보기술은 지오메틱스, GIS 등과 같은 기반기술과 도메인 분야의 활용 기술로 구분된다. 초기에는 국가GIS사업 추진에 필요한 기반기술을 개발하는데 치중하였다. 그러나 활용 분야가 넓어지고 기술 간 융합이 가속되면서 응용기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고유기술과 응용기술 간 중첩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시티나 자율주행에 필연적으로 공간정보가 포함되고, 여기서도 공간정보 관련 기술의 개발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간정보 기술은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융합을 촉진하는 기술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공간정보 기반기술은 일견 반복된다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실은 첨단화, 고도화되고 있다. 공간데이터의 특성상 수집, 저장, 처리, 가공, 분석은 씨줄과 같은 불변의 프로세스다. 그러나 사용자의 데이터 수요와 기술의 변화는 빠르게 변하는 날줄과 같은 것이다. 씨줄을 고정시켜 놓고 날줄에 부응하는 기술을 개발하니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공간정보의 기술개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날줄이다. 

 

디지털, 자동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은 공간정보의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의 공간정보 기술은 4차 산업혁명에 요구하는 공간정보를 만드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공간정보는 기존의 방식으로 가능할까?

 

데이터의 형식과 생산프로세스를 기준으로 보면 구조화된 데이터와 정제되지 않은 소위 ‘빅데이터’로 구분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간정보 기술은 주로 정교한 프로세스를 거쳐 구조화된 데이터를 생산하는 데 치중하였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실시간 데이터 갱신은 사실상 어렵다. 

 

공간데이터의 실시간 갱신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의미의 ‘No Touch’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즉 다양한 센서나 소스로부터 수집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을 이용해 자동으로 처리되는 공간정보 생산 프로세스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 사람의 개입이 없거나 최소화될수록 실시간 갱신의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 지도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스스로 수집한 데이터로 자동 갱신될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중앙서버에서 데이터를 갱신하겠지만 나중에는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자동차별로 갱신되고, 그 결과가 중앙서버로 전달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가정하면 사물인터넷과 센서기술,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기술을 공간정보에 도입하고 적용하는 연구개발 사업이 하루빨리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람의 눈이 아닌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Live Map’ 기술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즉 차선의 색뿐 아니라 페인트의 파장으로 중앙선과 주행선 등을 구분하고 좌회전, 우회전, 제한속도 등의 표시를 기계가 인식할 수 있는 코드나 문양으로 바꾸는 등 ‘기계 중심’의 인식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공간정보에 정체기는 없다. 지금처럼 기술이 인류의 생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적이 있었던가. 그렇다면 공간정보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생각이 경직되어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공간정보 기술 R&D 기획이 어려운 것은 기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전환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공호상(司空昊相)

대학에서 토목공학,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석사)과 도시공학(박사)을 공부했다.

국토연구원에서 30여 년간 위성원격탐사와 GIS, 공간정보 정책을 연구하면서 GIS연구센터장, 글로벌개발협력센터 소장, 공간정보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3년간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국토’의 기반을 다졌다. 국가공간정보위원회ㆍ국가지명위원회ㆍ중앙지적위원회 위원과 한국지리정보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구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보고서로 ‘초연결 시대에 대응한 공간정보 정책 방향 연구(2016)’,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차세대 국가공간정보 전략연구(2017)’ 등이 있으며 저서로 국내 공간정보 정책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의 공간정보 정책(회고와 전망)’을 2023년 3월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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