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RI User Conference 2026 참관기[Vol. 04]√ 공간지능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커넥트 데일리=사공호상 공간정보전략연구소장/前 국토지리정보원장)
[Vol. 04] 공간지능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한국 공간정보 정책과 산업의 대응전략
그러나 AI와 GIS의 결합은 단순한 신기술 도입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공간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분석하는 방식, 공공사업의 발주구조, 기업의 수익모델과 공간정보 전문가의 역할까지 변화시키는 구조적 전환이 예상된다.
UC 2026에서 확인한 기술의 방향을 고려하면 한국의 공간정보 정책과 산업은 적어도 다음 일곱 가지 과제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국가공간정보 인프라를 국가 공간지식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
AI가 데이터를 검색하고 의미를 이해하며 분석에 활용하려면 표준화된 API, 충실한 메타데이터, 데이터 간 관계와 품질정보가 필요하다. 또한 어떤 데이터가 국가와 공공기관이 책임지는 기준자료인지 명확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공간정보 인프라는 다음 단계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형 Living Atlas라고 할 수 있는 국가 공간지식 플랫폼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AI-ready 공간정보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공간정보 품질기준은 주로 위치정확도, 속성정확도, 완전성과 논리적 일관성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는 AI 학습과 분석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추가돼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학습데이터와 검증체계에서 결정된다.
AI-ready 공간정보는 단순히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데이터가 아니다. 기계가 데이터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어야 하며, 학습과 검증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와 품질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 사항을 표준화해야 한다.
셋째, 한국형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기업이 개발한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은 세계 각국의 위성영상과 공간자료를 학습한다. 그러나 한국의 복잡한 도시 형태와 지적제도, 건축물 구조, 토지이용 규제, 주소체계 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한국의 국토와 도시, 농산어촌의 특성을 반영하는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요하다.
모든 모델을 정부가 직접 개발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공공 학습데이터와 평가체계를 제공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은 핵심모델을 연구하며, 민간기업은 분야별 응용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역할분담이 바람직하다.
우선적으로 다음 분야를 검토할 수 있다.
넷째, 공공 분야별 공간 AI 에이전트를 개발해야 한다
범용 생성형 AI만으로 행정과 도시계획의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법령과 지침, 행정절차와 지역적 맥락을 이해하는 분야별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도시계획 AI 에이전트는 토지이용과 인구, 기반시설, 환경규제와 관련 법령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재난관리 에이전트는 실시간 기상자료와 위험지도, 취약인구, 대피시설과 현장대응 절차를 연결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다음 분야의 시범사업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AI 에이전트가 행정결정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AI는 대안을 제시하고 반복업무를 수행하되,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공무원과 전문가가 담당하는 운영원칙이 필요하다.
다섯째, 디지털 트윈 정책을 ‘구축 중심’에서 ‘활용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국내 디지털 트윈 사업은 고해상도 3차원 공간정보 구축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왔다. 앞으로는 얼마나 정교한 3차원 모델을 만들었는가보다, 그 모델이 실제 정책과 행정에 얼마나 사용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사업성과 지표도 데이터 구축 면적이나 3차원 객체 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사결정 시간 단축, 재난피해 감소, 시설관리 비용 절감과 정책대안 평가효과 등 실제 활용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디지털 트윈 사업은 다음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섯째, 공간정보 산업의 사업모델을 전환해야 한다
AI가 데이터 구축과 시스템 개발을 자동화하면 인력을 많이 투입하는 기업이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 오히려 특정 분야의 업무지식과 고품질 데이터, 검증된 모델을 가진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산업의 중심은 다음과 같이 이동할 것이다.
정부의 발주와 평가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구축 실적, 투입 인력, 구축 물량 중심의 평가로는 AI 기반 혁신을 촉진하기 어렵다. 데이터 재사용성, 모델의 정확성과 설명가능성, 업무개선 효과, 지속적인 갱신체계 등을 평가해야 한다.
일곱째, 공간정보 인재의 역량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미래의 GIS 전문가는 모든 분석 도구의 메뉴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AI가 기본적인 코드와 분석과정을 만들어 주는 시대에는 공간문제를 정의하고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교육과 자격체계도 다음 역량을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의 GIS 교육도 소프트웨어 기능실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실제 도시와 환경, 재난문제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AI와 GIS를 활용해 대안을 도출하며, 결과의 한계와 정책적 의미를 토론하는 프로젝트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산업계·학계의 역할
특히 정부는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고품질 학습데이터와 실증환경을 제공하고, 공공기관은 실제 업무에서 공간 AI를 시험해야 한다. 기업은 단기적인 시스템 납품을 넘어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기술을 따라갈 것인가, 방향을 만들 것인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외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의 공간정보 제도와 데이터, 산업구조에 맞는 발전경로를 설계하는 일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간정보는 무엇인지, 민간과 어떻게 역할을 나눌 것인지, AI가 생성한 공간정보의 품질을 누가 검증할 것인지, 공간 AI의 판단에 어떤 책임원칙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다시, 바람을 생각한다
공간데이터를 구축하는 방식, GIS를 사용하는 방식과 공간적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방식이 동시에 변화하고 있다. Assistant에서 Agent로, 정적 데이터에서 Living Atlas로, 2D 지도에서 실시간 디지털 트윈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파도는 밀려오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파도를 두려워하거나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더 먼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읽고, 우리에게 맞는 보드와 항로를 준비하는 것이다.
GIS가 공간정보시스템에서 공간지능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지금, 한국의 공간정보 정책과 산업도 새로운 항로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을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정확하게 하느냐에 따라 향후 공간정보 산업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
<저작권자 ⓒ 커넥트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공간지능, ESRI UC 2026, 사공호상, 공간지식 인프라, Living Atlas, 공간지식그래프, AI-Ready 공간정보, 학습데이터,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 공간 AI 에이전트, 디지털 트윈, 데이터 거버넌스, 사업모델 전환, GIS 전문가, 공간지능시스템, 생태계 관련기사목록
|
인기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