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진실의 방에서 만난 0.01ha의 투명성
검게 그을린 피부와 잠수 슈트가 터질 듯한 단단한 체구는 ‘바다의 마동석’이라고 불릴 만큼의 투박한 인상으로 다가왔지만 기술의 정밀도를 논하는 모습은 데이터 설계자 특유의 차분하고 예리한 지성이 돋보였다.
그는 말 그대로 바다의 숨결을 디지털 코드로 읽어내는 해양 아키텍트였다.
신 팀장은 인터뷰 내내 바다의 투명성과 행정의 정직성을 역설했다.
신 팀장은 “바다는 접근하기 어렵기에 더욱 왜곡되기 쉬운 공간이었다”면서 “과거의 바다숲 사업이 10% 미만의 샘플링 조사에 의존하면서 바다가 좋아졌다는 모호한 형용사로 성과를 포장하던 시대는 끝나고 이제 데이터라는 명확한 숫자로 실체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잠수사가 아니면 바닷속 깊은 곳을 볼 수 없어 추측의 영역이었고 그 불투명한 장막을 걷어내고 그간의 성과를 국민과 어민들에게 체감시키고, 투명하게 입증해 바다숲 사업이 예산 매몰 사업이 아닌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미래가치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는 그의 말에 본 사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책임감이 묻어나온다.
신경수 팀장은 수중 드론(ROV)과 360도 VR, 초분광 센서를 동원해 바닷속을 100% 전수 조사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면서 스마트 관리 기반 바다숲 조성 및 연안 생태계 모니터링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잠수사가 아니어도 국민 누구나 육상에서 화면을 통해 바닷속의 생생한 변화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가 캐내는 데이터는 0.01ha 단위로 이 미세한 수치가 정책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신뢰의 최소 단위이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바다의 정보를 담은 진실의 방인 셈이다.
베테랑의 경험을 조직의 시스템으로 구현
신 팀장의 진정한 가치는 15년 차 베테랑으로서 자신이 가진 해양 생태계의 전문성을 후배들에게 온전히 전수하려는 설계자로서 고뇌에서 비롯됐다.
채용 환경 변화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유입되면서 현장 경험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체계 구축에 주목했다.
초창기에는 현장 경험을 중심의 인력 구성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현장 정보를 공유받고 데이터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신 팀장은 “직접 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시스템이 현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바닷속에서 느꼈던 그 생동하는 감각을 AI(SMA 프로그램)로 옮겨 심었다.
수중 드론이 촬영한 영상만 있으면 AI가 해조류의 품종과 조식동물의 개체 수를 분석해 관리 보고서를 자동 산출한다.
전문가의 암묵지를 조직의 형식지로 전환해 공공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려는 그의 실천적 배려가 고비용ㆍ저효율의 아날로그 조사를 저비용ㆍ고효율의 데이터 행정으로 격상시켜 해결사의 면모를 빛나게 했다.
2027년 블루카본의 기준점으로 그의 시선은 거문도 수평선 너머 2027년을 향해 머물러 있었다.
2027년 12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해조류를 탄소흡수원으로 공식 인정하는 날 대한민국 바다숲이 국가적 자산 보고로 변모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전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거문도 암반을 닦고 포자를 뿌리며 기록하는 이 정밀한 데이터들은 훗날 국제 탄소 시장에서 거래될 금융 자산의 보증서가 될 것”이라며 “포스코나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이 우리와 손을 잡는 이유도 블루카본 원천 자산을 데이터의 형태로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고 말했다.
거친 서부의 개척지를 누비는 카우보이처럼 거친 파도를 헤치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해양 생태계 영토를 디지털 공간정보로 확보해 나가고 있었다.
항공 드론으로 김 포자액 15톤을 정밀 살포해 어민들의 실질적 소득을 올리고, 보이지 않는 수심 아래에서 0.01ha의 가치를 깎아내는 그의 집념은 오직 지속 가능한 바다를 향한 순수한 열정이다.
완벽한 설계도 위에 남겨진 빈 칸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미스터리한 빈 칸을 마주했다.
훤칠한 키에 탄탄한 체구, 대학원을 졸업한 인재이지만 아직 싱글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바다와 결혼했다”고 농담 섞인 안타까움을 내뱉지만, 정작 그의 눈빛은 고독하기보다는 차분한 설렘을 담고 있었다.
수심 10m 아래에서 바다의 미래를 설계하던 지독한 몰입의 시간은,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물려줄 가장 풍요로운 바다를 준비하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정교한 미래 지도에는 여전히 작지만, 선명한 빈칸 하나가 남아 있어 슬쩍 결혼 계획을 물었다.
그는 “바다숲이 울창해지면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생기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무심하게 툭 던지는 그 말속에서 차가운 데이터를 다루는 설계자의 가슴 속에 숨겨진 뜨겁고 순수한 온기마저 느껴진다.
바다의 마동석, 해결사, 카우보이 신경수 팀장.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들은 많지만 대한민국 해저 영토의 청사진을 완성하고 있는 그에게 이제 거친 바다를 함께 안아줄 단 한 사람과의 조우가 인생이라는 설계도의 마지막 퍼즐로 남아 있는 듯하다. <저작권자 ⓒ 커넥트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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