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측량 없는 고속도로는 없다’효명이엔씨 박종해 대표이사, 실종된 측량기술인의 위상 되찾아야
(커넥트 데일리=효명이엔씨 박종해 대표이사) 건설공사 현장에서 묵묵히 기술을 발휘하고, 품질관리와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그 노고가 철저히 무시당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건설공사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가장 등한시되는 측량 분야다.
최근 준공된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해 시민들에게 편리한 길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설계를 기반으로 수많은 기술자들이 협업하여 가상의 도면을 현실화한 결과물이자,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담보하는 기술 집약체이지만 이 과정에서 측량기술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준공 표지석을 보면, 참여자 명단에 국토부 장차관을 비롯한 국장, 과장, 사무관,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건설본부장, 건설사업단 단장, 팀장, 감리단과 시공사 직원들까지 명기되어 있고 일시적으로 참여한 인물까지 이름이 올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오랜 시간 기술을 발휘하고도, 측량기술자는 어디에도 없다.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준공 표지석은 측량기술자가 이 공사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한국도로공사가 측량기술자의 존재조차 모르는 집단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건설공사에서 측량에 대한 인식을 보면 그 왜곡된 시선을 쉽게 알 수 있다.
모 교수는 “건설현장은 도면대로 하면 되는데 측량이 왜 필요하냐. 요즘은 측량기기가 좋아져서 알아서 된다”고 말한다.
또 발주처는 “측량은 항공사진 제작이나 지적측량일 뿐이다”, “건설공사에는 측량이 없다”고 말한다.
건설기술인 조차도 “측량기만 볼 줄 알면 누구나 측량할 수 있다”고 하며 시공 관계자는 “현장의 측량은 초급기능인이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들은 마치 “설계는 오토캐드가 다 한다”, “토질조사는 보링공이 전부 한다”, “건설은 목수와 철근공이 알아서 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한심한 현실이다.
건설공사에서 측량은 정확한 위치와 규격을 관리하여 품질을 확보하고, 붕괴 등의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핵심 기술 영역으로 이 역할은 반드시 측량 전문가가 수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측량 오류로 인해 다음과 같은 일이 빈번하게 반복되고 있다.
측량 오류로 고속철도가 곡선구간 레일에서 팅겨져 나갈 것 같아 고속으로 달리지 못하고 감속 운행을 해야 하고, 각 공구에서 서로 마주 보며 굴착해 오던 터널이 서로 맞지 않아 뒤틀리거나 강관 파일이 설계도와 다른 위치에 박히고 교량 상판이 일치하지 않는 등 너무 많은 시행 착오들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문제가 되었던 한국도로공사 발주 청룡천교 교량 붕괴 사고 현장의 런칭거더도 정밀한 수직ㆍ수평 측량이 이루어졌다면 전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측량은 건설공사의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건설의 정확성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고도의 전문 기술로 측량이 소홀하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건설공사에서 측량기술자는 가상의 설계를 현실로 구현하는 연결고리이자,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그들의 이름이 도로 위에, 준공 표지석에, 국가 기록에 당당히 새겨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커넥트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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