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리정보학회, ‘MAP AI 시대’ 기후위기 대응 해법 제시2025 한국지리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 성료… AI와 공간정보 기술의 융합 대두
지난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대학교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 한국지리정보학회(KAGIS)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이 같은 최신 연구들이 다수 발표되며 기후변화와 도시문제에 대응하는 공간정보기술의 가능성을 한층 부각시켰다.
이번 한국지리정보 춘계학술대회는 공간정보 기반 AI 기술 활용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MAP AI 시대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개최됐다.
초정밀 지리정보와 인공지능 기반 분석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중심으로 정책, 산업, 학술적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며 기조강연과 발표, 구두 및 포스터 세션 등이 연이어 진행됐다.
개회사를 맡은 한국지리정보학회 남광우 회장은 “봄의 제주에서 다시 학회를 열게 되어 더욱 뜻깊다”며 “AI와 공간정보 기술을 융합한 창의적 연구들이 활발히 논의되는 이번 학회가 실용 성과 중심의 교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연구자들과 신진 과학자들이 아이디어를 나누고 도전할 수 있는 따뜻한 학회로 계속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지리정보학회 조명희 고문은 축사에서 “한국지리정보학회는 공간정보를 중심으로 해양, 산림, 국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실용적인 연구에 중점을 둔 학회”라며 “향후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 교류와 융합 연구를 통해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1995년 지역 연구회로 출발해 30년 가까이 성장한 학회의 모습에 감회가 새롭다”며 “앞으로도 이 분야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공간정보산업진흥원 손우준 원장도 “3차원 공간데이터와 AI의 결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 가능한 가치로 전환하는 데 AI 분석기술은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간과 관련된 데이터가 전체 데이터의 80%를 차지하는 만큼 공간정보 분야에서 AI는 기본 분석도구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는 학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김석종 회장은 “산업계와 학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공간정보는 기술 발전의 중심에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법과 제도의 속도를 기술 흐름에 맞추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정부ㆍ산업계ㆍ학계가 함께 협력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지리정보학회가 그 중심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간정보 분석의 체인저가 된 생성형 AI
이번 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한정훈 교수는 생성형 AI 기술이 공간정보 분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정훈 교수는 직접 개발한 생성형 AI 기반 공간정보 플랫폼 ‘MapAI’의 실제 활용 사례를 소개하며 도시계획, 부동산 가치평가, 토지이용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가져올 변화를 강조했다.
한정훈 교수는 ▲시드니의 오피스 공실률 예측 ▲AI 기반 부동산 자동 감정평가 모델 상용화 ▲지자체 과제로 수행한 토지이용 최적화 시뮬레이션 등을 대표 사례로 들며 공간정보의 ‘언어 장벽’을 없애는 것이 생성형 AI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 소프트웨어 없이도 누구나 자연어로 지도에 질문하고 시맨틱 맵과 리포트를 생성할 수 있다”며 “GIS의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챗GPT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주소 입력만으로 건물 가격, 용도 규제, 인근 공공시설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불러오는 서비스를 시연해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높은 주목을 받았다.
MapAI는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일부 지방정부에서 주차 수요 예측과 도시 재개발 영향 평가에도 활용되며 공공행정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한정훈 교수는 “데이터 품질이 AI 성능을 좌우한다”며 “공간정보 빅데이터의 정합성과 정밀도 확보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생성형 AI와 접목된 공간분석 기술은 향후 도시정책 수립과 민원 응대, 스마트시티 설계 등 행정 전반에 걸쳐 활용도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정ㆍ관계ㆍ경계의 재해석으로 본 GIS의 새로운 역할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진규 교수는 지리정보체계(GIS)의 사회적 맥락과 표현 방식을 재해석하는 ‘크리티컬-크리에이티브 GIS’를 설명하며 도시 공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데이터가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사회적 관계와 경험의 집합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규 교수는 미국 시애틀에서 연구한 내용을 인용해 ▲시애틀 공공임대주택 주민의 삶을 시각화한 커뮤니티 메모리 지도 ▲유령 존재를 비유해 사회적 소외를 드러낸 ‘고스트 맵핑’ 프로젝트 ▲AI 시대에 감정ㆍ감각 데이터를 공간정보에 통합하려는 실험적 연구 등을 사례로 소개했다.
정진규 교수는 “GIS는 단지 세상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를 만들어가는 수행(performance)”이라며 “지도는 언제나 일시적이고 관계적이며 감정과 경험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한 자료를 통해 GPS, EMF센서, 다이어리, 시각예술 도구 등을 활용하여 시민들이 자신이 느끼는 공간을 직접 기록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실험한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정진규 교수는 “생성형 AI와 결합되는 GeoAI 기술 역시 사회적 불평등, 문화적 편향, 데이터의 윤리적 책임이라는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하며 ‘정의로운 알고리즘’과 ‘설명 가능한 AI(XAI)’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공간정보 기술이 사회 정의와 연결돼야 한다”며 “인간의 경험과 감각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AI 기반 도시계획 플랫폼 개발과정에서 직접 확인한 경계 데이터 간 불일치를 주요 문제로 꼽았다.
카마다 교수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법정동ㆍ지형도 경계 간 500m 이상 차이 ▲행정동 기준이 다른 센서스 데이터의 단순 오류 지속 사례 ▲공공기관별 기준일, 지오이드 적용 좌표계의 상이성 등을 사례로 제시하며 불일치가 단순 시각화 오류를 넘어 행정 혼선과 분석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마다 교수는 “법정동, 행정동, 센서스 기준이 제각각이고 기준일조차 명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사용자 입장에선 어떤 데이터를 신뢰할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간빅데이터 분석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경계 오차는 더 큰 불일치와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마다 교수는 “GIS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오류에서 자유로우려면 국가 단위의 표준 경계 구축과 기관 간 통합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안 지역이나 복합 행정구역처럼 민감한 경계는, 지도화 방식과 제작 목적에 따른 유연한 해석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표를 들은 참가자들은 생성형 AI 기술이 공간정보를 해석하고 응용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전환을 예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AI와 위성기술로 기후와 재산변화에 대응
이번 학술대회 논문발표에서는 최근 급증하는 대형 산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 해법으로 위성과 AI를 결합한 산불 조기 감지 및 예측 기술이 다수 다뤄졌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A호(GK2A)’와 기계학습 알고리즘(LGBM)을 접목한 산불 실시간 탐지 모델을 발표했다.
이 모델은 지난 3월 발생한 강원도, 경남 지역 산불 사례를 분석해 기존 탐지 시스템보다 최대 10시간 빠른 감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특히 NDVI(정규화 식생지수) 등 환경 정보를 반영해 오탐지 가능성을 낮춘 점이 주목받았다.
발표를 맡은 UNIST 김도은 연구원은 “위성 기반 탐지는 넓은 지역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 모델을 통해 기후변화로 급증하는 산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법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오씨엔아이 정윤재 연구원은 Sentinel-2 위성의 다중분광 영상과 빅데이터를 결합한 산불 위험도 예측 모델을 소개했다.
NDVI, NDMI(정규화 수분지수), 임상도(산림의 나무 종류 분포도), 경사도, 누적 강수량 등 다양한 요인을 바탕으로 산불 위험을 5등급으로 나눠 시각화했으며 실제 경상북도 안동 지역에 적용해 고위험 지역 예측 결과를 도출했다.
정윤재 연구원은 “앞으로 IoT 센서와 실시간 위성영상까지 연계해 산불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현장 대응 시스템과도 실시간 연동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유재산의 무단 점유나 용도 변경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에도 AI 기반 변화탐지 기술이 시범 도입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 김남혁 연구원은 ‘AI 기반 항공영상 변화탐지 기술의 국유재산 실태조사 업무 적용 가능성 분석’이라는 주제로 조사대상 지역의 항공영상을 활용해 비교 분석 활용 기술을 소개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지난 2023년부터 2025년 포항 등 5개 유형(도심ㆍ농지ㆍ산림ㆍ하천ㆍ해안) 지역을 대상으로 위성영상 기반 AI 변화탐지 PoC(개념검증) 사업을 수행하며 방대한 필지 수와 반복 조사로 인한 인력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도출했다.
김남혁 연구원은 “AI를 통해 계절 변화 등 유사 변화는 배제하고 건물 신축이나 용도 전환 등 실제 토지 이용 변화만 탐지하여 기존 방식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단순 반복조사에 많은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던 실태조사 업무가 AI 도입으로 최대 87%까지 경감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공동체 기반의 공간 정의 ‘Smart Commoning’
정진규 교수는 “스마트 기술은 도시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를 넘어 시민 주도의 공간 정의를 실현하는 촉매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머닝(Commoning)’ 개념을 현대 공간정보 시스템과 접목하여 해석해 “공간은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대상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가꾸고 운영하는 사회적 실천의 장”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교통사고 다발 지역의 정보를 수집해 시 당국과 공유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횡단보도 위치가 조정된 사례를 소개하며 “참여형 GIS(Participatory GIS)”가 어떻게 공공정책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AI와 IoT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도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시민의 참여와 공감”이라고 정 교수는 말했다. 그는 뉴욕시의 ‘사일런트 블록(Silent Block)’ 프로젝트를 언급했다.
이 프로젝트는 소음 민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민 참여 설문과 현장 소리 측정을 결합해 도시 설계에 반영한 사례로 기술과 시민 참여가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진규 교수는 “스마트 도시의 ‘스마트함’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실현되는 공동체적 가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공간정보 기술의 발전이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공간을 공동체가 함께 구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를 통해 한 참가자는 “우리나라에 도입됐던 스마트시티 등 개념은 행정 지속성이 옅었다”며 “실제 도시 행정에 접목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정책 수단과 인식이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진규 교수는 “공간정보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시스템”이라며 “지금은 제도를 바꾸는 실험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러한 논의가 학계뿐 아니라 정책 현장에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지궤도 위성과 기계학습을 활용한 실시간 산불 탐지: 2025년 3월 사례를 통한 성능 비교’(UNIST 김도은) ▲‘도시철도 출입구와 연결 건물간 연계 현황 분석 – 부산시를 중심으로 –’(동의대학교 어한진) ▲‘기후정의와 체감온도를 고려한 지역별 폭염지수 개발’(부산대학교 이송주) ▲‘지리 및 고도 가중 회귀와 카운팅 놈을 이용한 기후 데이터의 지역적 희소 효과 분석’(경북대학교 박승준) ▲‘Uncovering Distributional Heterogeneity in the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Using Quantile Additive Model’(경북대학교 권대윤) ▲‘산림재해 위험지 탐지를 위한 머신러닝 크리깅 앙상블 모형과 U-net 이미지 분석 기법의 적용’(경북대학교 신현지) ▲‘산불 고위험지역 방재계획 및 WUI 산불 리스크 평가’(부산대학교 최훈혁) ▲‘육상 탄소 흡수에 대한 에어로졸 영향 파악: 기계학습과 정지궤도위성 기반 동아시아 시간별 GPP 추정’(UNIST 배세정) ▲‘인구이동과 POI 데이터를 활용한 진주시 생활권 도출’(경상국립대학교 최유진) 등 9편이 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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