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 산업계와 안보 분야 거센 반발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에 산업계 경고…국회, 산업ㆍ안보 균형 논의 장 마련
(커넥트 데일리=최한민 기자) 대한민국의 자화상인 국가 고정밀 지도 데이터에 대한 구글의 요구에 국외 반출을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산업과 안보의 균형점을 모색하기 위한 공론의 장이 국회에서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ㆍ안규백ㆍ부승찬ㆍ이정현 의원 공동 주최로 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고정밀 지도 반출이 산업과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하는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국내 산업ㆍ경제ㆍ안보에 미칠 영향’을 주제로 개최되어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가 행사를 주관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구글이 9년 만에 1:5000 축척의 지도 데이터를 정부에 재요구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산업계에 미칠 우려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에서는 사이버 안보 위협과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의 위험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디지털 시대에 국가안보와 공간정보 주권이 어떻게 연계돼야 하는지를 놓고 전문가들과 실무 관계자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쳤다.
문진석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지도는 단순한 지리 정보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국가 권력과 패권의 상징으로 기능해 온 전략 자산”이라며,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단순한 반출 여부를 넘어 국가 안보, 산업 경쟁력, 디지털 주권 전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단편적으로만 다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여자대학교 지능정보보호학부 이정현 교수는 ‘사이버 안보 위협과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의 위험성 검토’라는 주제로 발표한 첫 번째 발제에서 “지도는 단순한 위치 정보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주권이 결합된 전략 자산”이라고 강조하며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군사시설 노출, 주권 침해, 통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특히 특정 지역의 고해상도 이미지와 좌표 결합이 타격 가능성을 높이는 ‘정밀 타격’ 위협으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그 사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구글 등 민간 플랫폼의 상업용 위성지도와 위치 데이터를 활용해 군사시설을 식별하고 공격한 것을 언급하며 “지도 반출은 단순한 정보 이전이 아닌 국가 안보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김상배 교수는 ‘디지털 시대의 국가안보와 공간정보 데이터 주권’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김상배 교수는 최근의 논의는 단순히 고정밀 지도 반출 여부를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를 둘러싼 국가주권 담론이 ‘안보’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과거 미국은 데이터를 안보와 연결하는 시각을 비판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자국 내 주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외국 기업의 접근을 막으며 데이터를 자산화하고 있다”며 “미국조차도 디지털 안보를 자국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자가당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문제는 해외 플랫폼 기업의 진입을 단순히 막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 국가책략(statecraft)의 관점에서 주권과 안보를 어떻게 정의하고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전통적인 군사 안보를 넘어 민간 데이터의 유출까지 아우르는 신흥 안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 정준현 단국대학교 명예교수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단순한 위치 정보가 아니라 현대전의 위협, 국제 안보 질서, 디지털 서비스의 국내 활용 가능성까지 포괄하는 전략적 자산”이라며 “이제는 데이터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맥락을 인식하고 신흥 안보와 국가 책략의 관점에서 공간정보 담론을 새롭게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정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토론 참석자들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이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국가 안보 위협, 디지털 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공유하며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대응과 전략적 활용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경희대학교 법무대학원 최민식 교수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지리 정보를 넘어 국가 기반시설, 안보 시설, 군사 위치 정보까지 포함된 핵심 안보 인프라를 외국 기업에 넘기는 것은 단순한 산업 이슈를 넘어 사이버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민식 교수는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의 BYD 차량은 우리나라에서 주행 중 각종 지도 정보는 물론 차량 내 탑승자의 대화 내용까지 수집이 가능하다”며 “디지털 플랫폼 기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구글 등 해외 기업의 반출 요구는 국가 자산을 약화시키는 행위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황철수 교수는 “이번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은 단순한 기업 요청이 아닌 국제 플랫폼 기업들이 일시에 몰려들 수 있는 구조적 위협”이라며 “정부는 안보와 통상, 조세 등 복합적인 측면을 고려해 보다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1:5000 축척 지도를 국가 주도로 구축한 사례는 드물며 우리나라처럼 공간정보가 고도화된 국가는 정보 비대칭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철수 교수는 또, “정밀 공간정보의 무분별한 해외 반출은 국가 안보와 산업 생태계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한 이슈로 국제 플랫폼 기업의 기술력에 대응할 법ㆍ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국가 안보 특수성을 고려한 입법과 함께 국토교통부 산하만이 아닌 독립적 거버넌스 체계에서 국가공간정보 전략을 다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산업계는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밀 공간정보의 해외 반출이 자칫 산업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경기도남부지회 김대천 도회장은 “정밀 공간정보는 일차적인 측량 데이터가 아니라 국토의 지형ㆍ공간ㆍ인프라 정보를 집약한 국가 전략 자산”이라며 “이를 외국 기업에 반출하는 것은 산업 기반 약화와 함께 국가 핵심 정보를 외부에 넘기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밀 지도는 1차 측량 기업, 2차 SI업체, 3차 공공 플랫폼 기관이 유기적으로 구축해 온 결과물로 이를 통해 자율주행ㆍ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며 “한 번 반출된 정보는 통제도, 회수도 어려운 만큼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산업 주권과 국가 안보, 미래 전략을 모두 아우르는 사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는 정보 주권과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단기적 기술 활용을 넘어 중장기적 전략과 안보 위해 가능성까지 면밀히 따져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교통부 소속 국토지리정보원 스마트공간정보과 김형수 과장은 “지도 반출이 산업 발전이나 신규 서비스 창출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정보 주권 확보와 국가 안보, 국익 강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정부는 이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 반출 문제를 단기 대응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전략 관점에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판단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국방정보본부 지리공간정보정책과 안동욱 대령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 문제는 단순한 안보 이슈를 넘어 한미 통상과 조세, 외교 등 복합적인 사안이 얽혀 있는 사안”이라며 “현재 국토부 주관 아래 8개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안 대령은 “자신이 모든 사안을 일괄적으로 설명할 위치는 아니지만 국방부는 ‘안보적 위해 요소가 없을 경우에만 반출이 가능하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오늘 제기된 다양한 안보 관련 우려를 협의체 차원에서 참고하고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는 공간정보 산업계와 정부, 학계 등 국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두루 공유되는 자리였던 반면, 정작 지도 반출을 요청한 구글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아 옥의 티로 남았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봤던 한 참석자는 “산업계와 정책 당국이 입장을 밝히는 자리는 흔치 않아 유의미했지만, 논의의 핵심 당사자인 글로벌 기업의 불참으로 균형 잡힌 토론은 아니어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회장 김석종)는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에 대해 “국가 전략 자산의 무상 이전 요구”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는 이번 요청이 국내 정책적 리더십이 약화된 시기를 틈탄 시도일 수 있으며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산업 주권과 국가 안보에 직결된 사안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종 회장은 “정밀지도는 단순한 기술 자료가 아닌 자율주행ㆍ스마트시티ㆍ디지털트윈 등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인프라”라며 “지금과 같은 외압에 굴복해 반출을 허용한다면 그 결과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는 특히 구글이 이미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저장을 고집하는 점에 대해서 미국 정부의 통상 압력을 활용한 ‘무임승차’ 행위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커넥트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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