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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상생(相生)의 가치

지속 성장 가능한 공간정보산업을 염원하며

김영도 기자 | 기사입력 2024/11/13 [10:29]

[데스크 칼럼] 상생(相生)의 가치

지속 성장 가능한 공간정보산업을 염원하며

김영도 기자 | 입력 : 2024/11/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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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도 편집국장     ©커넥트 데일리

(커넥트 데일리=김영도 기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의 시 '꽃'에 나오는 글귀로 상생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몸짓에 불과한 존재였지만 '꽃'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을 때 비로소 꽃이라는 가치가 만들어졌다.

 

상생의 가치는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서로가 긍정적 의미를 서로에게 부여해주는 것이다.

 

인과관계를 따지는 기자로서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는 공간정보산업의 기술과 제도를 살펴보면 상생의 가치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지난 24년간 의학, 물류, 소방, 방재, 건설, 공간정보, UAM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기자 활동을 해오면서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겁게 들고 다녔던 두터운 종이 지도책이 사라졌다.

 

과거 네비게이션이 나오던 당시 오너 드라이버가 모이면 어느 제조사에서 만든 네비게이션 단말기가 더 좋은지를 놓고 품평하던 시절이 있었다.

 

네비게이션이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면서 생활의 편리성은 극대화되었고 단순히 길 안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맛집부터 축제 행사, 버스 도착시간 등 다양한 경로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분석해서 안내해주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들을 구현하고 있다.

 

이처럼 종이 지도에서 디지털 지도로 발전하고 이제는 각종 지리정보와 생활정보가 융합되어 분석까지 유용성과 편의성을 제공해주는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

 

지도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기까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공간정보산업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이바지해왔는데 현재의 공간정보산업은 그만한 경제적 가치를 이루었는지 반문하게 된다.

 

지난 2014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간정보산업 매출액이 5조 4411억 원 규모라는 보도자료를 인용해 기사를 작성했었는데 공간정보산업 종사자로부터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

 

또, 최근에는 다른 CEO분으로부터 공간정보산업이 11조원으로 성장했다는 국토교통부 발표에 허탈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어 보았다.

 

정말 우리 공간정보산업이 그렇게 매출을 냈다면 지금처럼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겠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체감할 수 없는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자로서 작금의 공간정보산업 현실을 들여다 보면 전혀 틀린 지적이 아니기에 딱히 할 말이 없었고 지금도 그 현실은 유효하다고 느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국토교통부 주요 책임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10인 미만의 기업과 400억 원 매출 미만의 기업이 98%로 영세성을 띠고 있어 영세성을 탈피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나 지금이나 왜 이러한 인지부조화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인지 정부나 산업계 모두 성찰해봐야 할 일이다.

 

공간정보산업의 영세한 현실 속에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찾아보기 어렵고 산업구조도 시대에 능동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채 고착화 된 상태로 정부 주도의 BtoG 산업에 매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새로운 변화나 혁신을 추구하면 조직이나 집단에서 역적이나 왕따가 되어버리는 모양새다.

 

측량산업에서 공간정보산업이라는 옷만 갈아입었을 뿐 본질이나 산업구조 자체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측량 분야의 세부업종 면허만 해도 한 번에 외우기 어려울 정도인데 공공측량, 일반측량, 지적측량, 측지측량, 연안조사, 항공촬영, 공간영상도화, 영상처리, 수치지도제작, 지도제작, 지하시설물측량 등 무려 11개 세부 업종이 유지될 정도로 복잡성을 안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업은 생존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종전의 기득권을 놓기 싫어 공간정보산업이 어떻게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 알면서도 하루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정부는 산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힐 것 같아 회피한다.

 

누군가 나서 산업을 보호해야 하고 면역력을 키워 경쟁력을 강화시켜 줘야 하는데 그런 주체나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간정보산업은 관(官) 주도로 제도권 아래 산업이 성장해왔고 기업들이 정부나 지자체 발주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산업계 주도로 성장 발전시키라고 하니 발전 주체가 되지 못하고 국토교통부도 안일무사하게 눈치만 볼 뿐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단언컨대 소통의 부재가 낳은 부작용이다. 국토교통부가 형식적으로 1년에 한 두 번 간담회를 갖고 있지만 간담회를 비공개로 할 만큼 깊이 있는 교감이 이뤄지는지 의문이 앞서는 대목이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기 전까지 국토교통부의 정책은 디지털트윈을 최고의 기술력이자 공간정보산업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데이터 통합에 몰두해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2022년 오픈AI 기반의 생성형 ChatGPT가 나오면서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은 인간이 할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고 모든 분야로 기술력이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간정보산업도 시대적인 기술발전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어 지리정보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GeoAI 분야가 관심을 받으며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비약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박사급 추론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출시되면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직접 지도를 그릴 수 있는 기술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공위성이 정사영상을 촬영한 정보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구현하고 지도를 그려낸다면 관련 업종이 존폐 위기에 처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느 누구도 미래산업에 대한 대안 마련에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고 있다.

 

시대적인 기술 발전과 변화로 사회적인 환경도 변하면서 최근 몇 년사이 기획재정부가 국토지리정보원에 수준측량 작업도 자동화 되었으니 품셈을 깍아야 한다는 무지성의 논리가 나오고 있는데 비단 공간정보산업 뿐만 모든 업종이 기술인력 감소로 자동화라는 기술 변화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나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면서 요즘 새롭게 뜨는 산업이 있다.

 

그 옛날 진시황도 욕심을 냈던 불로장생의 꿈을 이루는 바이오 산업으로 사람이 몇 십년 걸려 실험하고 연구할 내용들을 단시간에 해결해 버리는 인공지능 기술로 암과 같은 불치병 치료제 연구 등에 속도가 붙어 건강과 밀접한 바이오 산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사람이 늙지도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무병장수에 대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욕구가 산업으로 녹아든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공간정보산업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욕구와 필요를 가진 지속 가능한 산업인지 되물어 볼 때 인지부조화 상태의 기술과 제도 구조로는 결국 도태되거나 소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에 봉착하게 된다.

 

시대적인 기술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공간정보산업이 사람들에게서 외면받는 기술 산업이라면 역사적 관점에서 사라지거나 다른 형태의 산업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20년도 더 지난 영화인데 2002년에 상영됐던 톰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리 리포트'라는 영화가 상영됐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매우 충격적인 인상을 받았는데 당시 시점에서 앞으로 미래에 구현될 기술들을 모아서 영화 배경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사물인터넷처럼 구현된 기술들이 상당수 있었고 디지털트윈 기술도 나왔다.

 

영화에서는 쌍둥이 자매가 모든 상황적 변수들을 예측해 범죄를 예방하는 사회적 환경을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데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의 매개체가 상호 연결되어 범죄 예방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치 나비가 날개를 치는 작은 행동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과 같은 거대한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개연성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예측하는 기술로 소개되면서 공간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통찰력을 준 것이다.

 

세상은 인간의 보편적 욕구인 편리성과 예측 가능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혁신 기술의 발전 격차는 10년에서 5년, 5년에서 2.5년, 1년 순으로 매우 빠르게 가속력을 얻으며 좁아질 것이다.

 

공간정보산업의 기술과 제도가 인지부조화 상태로 계속 유지되고 있는 이유와 원인를 찾아보자면 두 가지로 함축된다.

 

하나는 상상 속에 존재했던 기술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진화해 구현되고 있는데 반해 국토교통부의 인사정책은 여전히 과거 도로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시각에서 공간정보산업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크고 수년간 마땅한 전문가가 정책 결정 자리에 내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간정보 분야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전문가가 미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공간정보 정책을 결정하고 견인해야 하는데 비전문가의 정책관으로 매번 자리가 채워지면서 공간정보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취재현장을 나가면 종종 듣는 말들이 있는데 과거 종이지도를 만들 때 항측사들이 잘나갔고 종이 지도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SI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며 과거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공간정보산업의 기틀을 피와 땀으로 일궈온 선진이 있었기에 산업이 존속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과거는 타산지석으로 삼아 앞으로 다가올 공간정보산업의 미래를 읽고 설계하면서 산업 발전의 주체자가 되어 능동적으로 달라지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국토교통부의 국토정보정책관을 비롯한 관련 부서의 과장급과 산업계 대표들이 '연대와 협력'이라는 대명제 아래 한 달에 한 번씩 정례회의를 갖고 상시 소통하면서 정책 입안의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고 산업계와 대안을 마련해 가는 상생의 모습이 그려져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공간정보산업을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지식 인프라로 성장,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도 기량이 우수한 감독과 선수들이 소통을 잘해야 승리한다는 절대불변의 법칙을 상기해 세계 속의 공간정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민과 관이 적극적인 소통으로 상생의 가치를 다해주기를 요청해 본다.

 

마지막으로 관심은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아는 것이고, 사랑은 그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것으로 관심 뿐만 아니라 공간정보산업과 글로벌 강국으로 도약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상생의 장이 열리기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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