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트 데일리=사공호상 교수ㆍ전 국토지리정보원 원장) 우리나라 공간정보 프레임워크 데이터(Framework Data)는 「국가공간정보 기본법」상 ‘기본공간정보’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국가기본도’이다. 전자는 포괄적인 형식과 틀을 제시하는 데 비해 후자는 실제로 데이터 셋(Set)을 제공하여 행정과 산업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가기본도는 1995년부터 종이지도에서 수치지도로 변환을 시작하였고, 이후 GIS 환경에 부합하도록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데이터베이스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자율주행차, 드론 등으로 고정밀 공간정보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러다가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1/1000 전자지도가 포함되었고, 이를 계기로 국가기본도 혁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국가기본도의 정확·정밀도, 정보 제공 및 활용 방법 등은 우리나라 공간정보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볼 수 있다. 사실 국가기본도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생산의 혁신을 추진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아서 기술의 속도와 사회적 수요에 즉각 부응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더 이상 혁신을 미루면 사회적 변화와 멀어질 뿐 아니라 수요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국가기본도를 둘러싸고 있는 이슈들을 보면 1/5000과 1/1000 축척의 통합, 2D와 3D의 연계와 통합적 생산, 객체형 DB의 완전한 이행, 변화정보 수집 및 실시간 갱신 등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이러한 이슈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지만 국정과제를 지렛대 삼아 현 정부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첫째, 국가기본도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 현행법상 국가기본도는 기본측량 성과 등을 사용하여 간행한 지도 중의 하나다. 간행은 ‘인쇄하여 발행한다’라는 의미로 종이지도를 인쇄하여 배포하던 때에 쓰던 용어다. 국가기본도의 중요도와 쓰임새를 고려하여 법상 용어로 정의해야 한다.
둘째, 국가기본도의 축척을 현실에 부합하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시군구 지하시설물도의 축척은 1/1000이고 도시관리계획 ‘지형도면고시’에 사용하는 지형도의 축척은 1/500 내지 1/1500이다. 심지어 자율주행차와 드론, 로봇, 장애인 이동 등은 더 정밀한 지도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기본도의 기준 축척을 1/1000으로 변경하고 1/5000 또는 그 이상의 지도는 일반화를 통해서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1000을 국가기본도로 정하면 전액 국비로 제작하여 지자체 간 공간정보의 격차를 크게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둘째, 국가기본도 생산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공간정보를 생산하는 센서와 장비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여 숙련자의 경험이 무색하고 오차를 제거할 노력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라이다(LiDAR)가 대세로 자리를 잡았고 항공사진과 융합하여 2, 3차원 공간 데이터를 (반)자동으로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기초 데이터의 사양을 높이고 인공지능을 가미한다면 기존의 프로세스와 다른 혁신적 생산이 가능하다.
셋째, 기본도의 실시간 갱신을 위하여 국토지리정보원과 지자체 간 데이터 연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변화정보 수집관련 제도는 있지만 운용이 안 되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변화 정보를 갱신하여 국토지리정보원에 제공하는 ‘변화정보갱신시스템’을 운용해야 한다. 지리원이 200개가 넘는 지자체를 상대하기 어려운 경우 권역별 지방국토관리청에 공간정보 부서를 신설하여 관리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기본도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싱가폴은 국가 전체를 3차원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버추얼 싱가폴’을 구축하고, 그 플랫폼 위에서 도시계획, 교통, 안전, 에너지, 환경 등 모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복합행정을 구현하는 지자체는 모든 분야와 융합을 할 수 있는 공간정보플랫폼을 기반으로 행정, 서비스, 시민참여를 할 수 있다. 특히 공간정보는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 상황과 맥락을 쉽고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어 “보이는 전자정부”를 구현하는 최선의 대안이다.
사공호상(司空昊相) 대학에서 토목공학,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석사)과 도시공학(박사)을 공부했다. 국토연구원에서 30여 년간 위성원격탐사와 GIS, 공간정보 정책을 연구하면서 GIS연구센터장, 글로벌개발협력센터 소장, 공간정보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3년간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국토’의 기반을 다졌다. 국가공간정보위원회ㆍ국가지명위원회ㆍ중앙지적위원회 위원과 한국지리정보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구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보고서로 ‘초연결 시대에 대응한 공간정보 정책 방향 연구(2016)’,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차세대 국가공간정보 전략연구(2017)’ 등이 있으며 저서로 국내 공간정보 정책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의 공간정보 정책(회고와 전망)’을 2023년 3월 발행했다. <저작권자 ⓒ 커넥트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공간정보, 공간정보세상, 사공호상, 국가기본도, 수치지도, 전자지도, 혁신, 현실부합, 도시관리계획, 지형도, 자율주행차, 드론, 장애인, 국민편익, 4차산업, 라이다, 정밀도, 초정밀사회, 변화정보, 갱신 관련기사목록
|
인기기사
시대공감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