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의 가치는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무한하다. 공간정보가 중요한 것은, 세상의 근간인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인간을 표현하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즉 삼라만상의 공간적 환경을 표현하고 공간의 변화를 통해 시간을 기록하며, 시공간 속에 살아가는 사람의 활동을 기록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간정보의 일종인 지도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공간’은 개념적이지만 ‘공간정보’는 직관적이다. 공간정보는 공간을 구성하는 객체의 형상이나 크기, 위치, 관계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그뿐만 아니라 공간분석의 결과도 그래프나 핫스팟 등으로 표현하여 누구나 쉽게 상황을 파악하도록 돕는다. 글보다는 사진,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인기를 끄는 것은 시각적 인지 효과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플랫폼이 확대되고 있다.
공간정보의 활용 효과는 매우 크고 넓다. 고대와 중세의 지도는 당대의 세계관과 철학, 종교, 경제, 도전과 탐험 등 인류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도를 가진 국가가 해양과 무역을 지배했고 지도에 대한 중요성을 간파한 지도자가 나라를 부국으로 이끌었다. 과거에 해양을 지배하는 나라가 강대국이었다면 지금은 위성으로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가 강국이 되고 있다. 위치 오차를 줄일수록 전쟁에서 승률이 높아지고 위치기반 산업은 물론 무인 또는 자율주행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공간정보의 가치를 발견하고 제고하는 국가적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공간정보는 전략적 관점을 제공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골프에 빗대어 삶의 명암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개미의 생활 방식을 통해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을 반추하기도 한다. 이처럼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이슈나 상황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상대를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특징이 있다. 공간정보는 시각적 표현을 통해 쉽게 소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직관적인 통찰력과 전략적 사고를 가능케 한다. 따라서 공간정보는 어떤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언어이다.
공간정보는 물과 공기처럼 우리 생활에 깊이 녹아들어 있지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조용한 기술(calm tech)’이 되었다. 예로 스마트폰에는 GPS수신기가 들어 있어서 현 위치의 날씨 정보와 네비게이션 시작점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텍스트로 정보를 검색하고, 그 결과를 지도로 전환하여 이동 방법을 탐색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스마트폰 앱의 약 80%가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구동된다. 그러나 일상의 기반인 공간정보는 누군가의 수고와 비용 투자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사용자는 잘 알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필자는 “공간정보 세상” 칼럼을 통해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정책을 발굴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거창한 이유보다는 그저 ‘공간정보‘라는 작은 피켓 하나 들고 누군가가 봐주기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집필하려고 한다. 그래서 공간정보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담대한 공간정보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
사공호상(司空昊相) 대학에서 토목공학,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석사)과 도시공학(박사)을 공부했다. 국토연구원에서 30여 년간 위성원격탐사와 GIS, 공간정보 정책을 연구하면서 GIS연구센터장, 글로벌개발협력센터 소장, 공간정보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3년간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국토’의 기반을 다졌다. 국가공간정보위원회ㆍ국가지명위원회ㆍ중앙지적위원회 위원과 한국지리정보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구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보고서로 ‘초연결 시대에 대응한 공간정보 정책 방향 연구(2016)’,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차세대 국가공간정보 전략연구(2017)’ 등이 있으며 저서로 국내 공간정보 정책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의 공간정보 정책(회고와 전망)’을 2023년 3월 발행했다. <저작권자 ⓒ 커넥트 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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