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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팩폭 — 3줄 요약
- 할거주의 공공 예산으로 만든 데이터가 각 부처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 중복 옆 부처 데이터를 가져다 쓰지 못하니, 매번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가내수공업이 반복된다
- 공백 누가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알려주는 '국가 카탈로그'조차 제대로 없다
이 데이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을까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 도서관 없는 책들의 비극 — 정보의 깜깜이
공공 예산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지도들이, 통합 목록(카탈로그) 없이 각 부처 실무자의 개인 책상 서랍 속에 흩어져 있는 격입니다. 타 부처 공무원이나 혁신 스타트업은 "어디에, 어떤 품질의 데이터가 있는지" 존재 자체를 몰라 사용을 포기합니다.
이것이 단순한 비효율처럼 들리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결과는 심각합니다. 재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팀이 국토부의 건물 데이터가 있는 줄 모르고 직접 구축하고, 물류 최적화 팀이 도로명주소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해 민간 데이터를 구매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자산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됩니다.
🏰 "데이터 할거주의"의 민낯
A부처: "이 데이터는 우리가 예산 받아 만든 겁니다."
B부처: "공유하려면 MOU 체결하고, 보안 심의 받고, 부처 장관 결재 받아야 합니다."
C 스타트업: "그냥 새로 만들겠습니다." (예산 낭비 시작)
데이터를 공유 자산이 아닌 부처의 권력으로 보는 문화가 이 악순환의 뿌리입니다.
🔄 중복 구축은 범인이 아니라 피해자다
이쯤 되면 '중복 구축'이라는 뻔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중복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목적이 다른 구축은 허용되어야 합니다.
진짜 문제는 칸막이 때문에 기존 데이터를 가져다 수정해서 쓰지 못하고, 매번 흙을 빚어 벽돌을 새로 만드는 '가내수공업'을 반복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중복은 이 경직된 시스템이 강제한 비효율의 증상일 뿐입니다.
레고 블록이 잘 공유되는 시스템이라면, 국토부가 만든 건물 블록을 행안부가 가져다 재난 지도에 얹고, 소방청이 그 위에 소방차 경로를 얹으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방청이 건물 데이터부터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 세금으로 같은 벽돌을 세 번 굽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 칸막이를 허문 나라들
📌 벤치마킹 1 — EU INSPIRE 지침 (2007)
유럽연합은 2007년 INSPIRE(공간정보 인프라 지침)를 법제화해 EU 27개국이 공간정보를 공통 표준으로 생산하고 공유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국가 간 칸막이를 법으로 허문 사례입니다.
그 결과 독일의 홍수 예측 모델이 네덜란드의 제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하고, 국경을 넘는 물류 경로 최적화가 가능해졌습니다. 부처 간 칸막이도 못 허무는데, 국가 간 칸막이를 허문 사례입니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 벤치마킹 2 — 미국 NSDI (국가공간데이터인프라)
미국은 1994년 대통령 행정명령(EO 12906)으로 NSDI(National Spatial Data Infrastructure)를 수립했습니다. 연방·주·지방정부가 생산하는 공간데이터를 단일 플랫폼(data.gov)에서 검색·공유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했습니다.
'어떤 데이터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국가 카탈로그가 30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아직 논의 중입니다.
📌 벤치마킹 3 — 에스토니아 X-Road: 거버넌스의 교과서
5회에서 인프라 투자 측면으로 소개했던 에스토니아 X-Road를 거버넌스 측면에서 다시 보겠습니다. X-Road는 단순한 기술 플랫폼이 아닙니다. "모든 부처는 X-Road를 통해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가 뒷받침된 거버넌스 구조입니다.
기술보다 거버넌스가 먼저였습니다. 칸막이를 허무는 것은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에스토니아가 증명합니다.
🏃 총감독 없는 이어달리기 — 범정부 컨트롤타워의 부재
현재 대한민국 공간정보 거버넌스에는 이 거대한 이어달리기를 조율할 '총감독'이 보이지 않습니다. 각 부처가 각자의 트랙에서 전력 질주를 하고 있지만, 바톤을 주고받을 순서도, 바톤의 공통 규격도 정해주는 이가 없습니다. 명목상의 위원회나 협의체는 존재할지 모르나, 부처 간의 이견을 강제로 조정하고 사업을 통폐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총책임자가 누구인지 불명확한 것이 뼈아픈 현실입니다.
강제력을 가진 총감독이 부재한 탓에, 각 부처는 4회에서 지적한 '과업지시서 감옥'에 갇혀 자신들만의 갈라파고스 시스템을 만듭니다. 1회에서 다룬 '시범사업 중독증'에 빠져 단발성 프로젝트만 남발하고, 결국 오늘 살펴본 '데이터 할거주의'라는 거대한 장벽을 계속해서 쌓아 올립니다. 지휘자가 없으니 각 부처가 아무리 훌륭한 악기를 연주해도 결국 소음으로 전락합니다.
🚨 선언적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 조정 기구'란 어떤 모습인가
우리가 요구하는 컨트롤타워는 1년에 몇 번 모여 회의록만 남기는 거수기 위원회가 아닙니다. 최소한 세 가지 실질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
① 예산 조정권 — 중복 구축 사업을 통폐합하고 예산을 재배분할 수 있는 권한
② 표준 강제권 — 모든 부처의 공간데이터 생산 포맷·갱신 주기를 일원화할 수 있는 권한
③ 카탈로그 등록 의무화 — 공공 예산으로 만든 데이터를 국가 카탈로그에 반드시 등록하도록 강제하는 권한
이 세 가지가 없는 컨트롤타워는 간판만 바꾼 또 하나의 시범사업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범정부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습니다. 더불어, 지리원의 청 격상도 마찬가지지요. 앞서 언급했던 IT 추진을 위해서는 정보통신부가 신설되었습니다. 공간정보부까지는 어렵더라도, 어떤 식으로라도 부처간 역할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는 필요합니다.
사실, '사일로'는 이제 보편적인 언어가 될만큼 다들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더 얹어보면, 사일로임에도 사일로처럼 각자 공간정보를 만들어 쓴다는 것은, 첫째로 공간정보가 중요하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로 그들 각각의 영역에서 사용함으로써 효과가 눈에 보인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어찌보면, 그동안처럼 그렇게 열심히 설득하지 않아도 될만큼 판이 깔렸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컨트롤타워 부재의 수렁에서 허우적되고 있습니다. 권한이 있는 그리고 예산이 있는 컨트롤타워가, 정리된 카탈로그를 쥐어잡고 각 도메인에서 쓸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자명한 진리 앞에서 그 무엇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잠시 정치를 해햐하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 연재 흐름 — 3부 거버넌스 파트 진입
1~3회 기술 → 4~6회 생태계 → 7회 거버넌스 ←지금
다음 회차: [제8회] 자물쇠만 100개 채운 금고 — '보안'이라는 이름의 혁신 차단기
제미나이가 추가한 컨트롤타워 섹션을 살리되 추가 교정했습니다.
① c"실질적 조정 기구"의 3가지 필요 권한(예산 조정권·표준 강제권·카탈로그 의무화)을 구체적으로 명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