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RI User Conference 2026 참관기[Vol. 01]√ GIS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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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공호상 공간정보전략연구소장 / 前 국토지리정보원장 © 커넥트 데일리 |
(커넥트 데일리=사공호상 공간정보전략연구소장/前 국토지리정보원장)
| 필자는 7월 12~16일간 미국 샌디에서 개최된 ESRI User Conference에 참석했다. 3년 동안 연속해서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AI로 인한 GIS 기술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이 연재를 통해서 향후 공간정보의 변화를 GIS 기술의 변화에 투영해 보고자 한다. |
[연재 구성]
제1회|파도 너머의 바람을 보다
ESRI User Conference 2026이 보여준 GIS의 현재와 미래
제2회|AI가 GIS의 사용법을 바꾸다
GeoAI, AI Assistant,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과 Agentic GIS
제3회|현실세계를 살아 움직이는 지도로 만들다
Living Atlas, 실시간 GIS, Reality Mapping과 디지털 트윈
제4회|공간지능 시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한국 공간정보 정책과 산업의 대응전략
ESRI User Conference 2026이 보여준 GIS의 현재와 미래
![]() ▲ 2026 ESRI 사용자 컨퍼런스 행사장(사진=사공호상 편집위원장) © 커넥트 데일리 |
언뜻 보면 거대한 종교행사와도 같다. 2026년 7월 13일 월요일 이른 아침,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주변으로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구름처럼 밀려들었다. 축구장만 한 행사장에서는 거대한 개막식이 열렸고, 일주일 동안 수많은 발표와 토론, 기술교육, 전시와 교류가 이어졌다. 발표장마다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전시장 부스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활용 사례를 둘러싼 열띤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이 공유하는 언어는 GIS였다. 2026 ESRI User Conference의 주제는 “GIS—Creating a More Intelligent World”, 즉 GIS를 통해 더 지능적인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ESRI는 이번 컨퍼런스에 117개국에서 1만8,000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GIS 행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부, 기업, 대학, 연구기관, 비영리단체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개막식 무대에 선 잭 데인저먼드(Jack Dangermond) ESRI 회장은 80세를 넘긴 나이에도 정정한 목소리로 GIS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역설했다. 그가 던진 올해의 핵심 메시지는 “AI is becoming an integral part of ArcGIS.” 인공지능이 ArcGIS 외부에 별도로 부착되는 기능이 아니라, ArcGIS의 모든 기능과 업무 과정에 들어오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바람을 보기 위해 샌디에이고에 오다
![]() ▲ 글로벌 GIS 기업 에스리는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컨벤션 센터에서 ‘2026 Esri 사용자 컨퍼런스’를 개최했다(사진=사공호상 편집위원장). ©커넥트 데일리 |
한국에서 샌디에이고까지 왕복 24시간이 넘는 비행과 17시간의 시차를 감수하면서 이 컨퍼런스에 참가한 이유는 제품의 새로운 기능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나는 이곳에서 ‘바람’을 보고 싶었다.
서퍼(Surfer)는 눈앞에 밀려오는 파도만 보아서는 좋은 파도를 탈 수 없다고 한다. 파도 너머의 너울을 보고, 더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읽어야 한단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지금 시장에서 유행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변화의 방향을 선도하기 어렵다. 기술을 움직이는 더 큰 흐름과 그 흐름을 만들어 내는 힘을 읽어야 한다.
ESRI User Conference는 세계 공간정보 기술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행사다. 새로운 기술의 성숙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이 어떤 문제에 GIS를 적용하고 있는지, 공간정보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3년 전 이곳에서 본 주요 화두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이었다. 당시 인공지능은 위성영상에서 건물을 추출하고 토지피복을 분류하거나, 공간패턴을 탐지하는 분석도구로 소개됐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언어모델 LLM과 GIS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자연어로 공간데이터를 검색하고, 분석방법을 안내받으며, Python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가능성이 논의됐다. 그리고 올해, 인공지능은 마침내 GIS의 주변기술이 아니라 ‘GIS를 움직이는 기본 인프라’로 들어왔다.
GIS의 현재를 설명하는 다섯 개의 변화
이번 컨퍼런스에서 확인한 GIS 기술의 변화는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클릭에서 대화로 인터페이스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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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는 ArcGIS의 복잡한 메뉴 구조와 분석 도구의 기능을 알아야 하고, 끊임없이 클릭을 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지역에서 침수위험이 높고 고령인구가 많은 곳을 찾아 달라”는 자연어 명령만으로 데이터 검색, 분석, 지도 작성과 결과 설명이 가능해진다.
ESRI가 공개한 AI Assistant는 Python 코드 오류 수정, 메타데이터 작성, 설문 구성과 분석업무 지원 등 ArcGIS 곳곳에 내장되었다. AI Assistant는 GIS를 쉽게 배우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넘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발전하고 있다.
둘째, 공간데이터가 파일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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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GIS Living Atlas는 전 세계의 지도, 영상, 인구, 환경, 재난, 교통과 사회경제 데이터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한다. 사용자는 데이터를 일일이 내려받아 좌표체계를 변환하고 속성을 정비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레이어를 검색해 자신의 지도와 분석에 바로 연결할 수 있다.
Living Atlas는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다. 신뢰할 수 있는 공간정보와 분석 가능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과 학습된 AI 모델을 결합한 공간정보 콘텐츠 플랫폼이다. UC 2026에서는 새로운 글로벌 환경자료와 딥러닝 패키지, 공간적·의미적 특성을 학습한 Geoembedding 기반 모델 등이 소개됐다.
셋째, 공간분석이 학습된 모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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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GIS에서는 분석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모형을 설계하며, 매번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야 했다. 그러나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이 발전하면서 방대한 위성영상과 공간데이터에서 미리 학습한 지식을 다양한 업무에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건물, 도로, 농경지와 산림을 추출하거나 서로 유사한 지역을 탐색하기 위해 업무마다 처음부터 모델을 학습시킬 필요가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데이터를 준비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것보다, 목적에 맞는 학습모델을 선택하고 결과를 검증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넷째, 정적인 GIS가 실시간으로 현실을 반영하는 동적 GIS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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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센서, 차량, 드론, 위성, 기상관측 장비와 각종 행정시스템에서 끊임없이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GIS는 과거에 구축한 공간정보를 보여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현실세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감지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
실시간 GIS와 3차원 GIS, BIM·CAD, Reality Mapping이 결합하면서 디지털 트윈도 정적인 3차원 도시모형에서 벗어나고 있다. 현실의 변화가 디지털 공간에 반영되고, 디지털 공간에서 실시한 분석과 시뮬레이션이 다시 현실의 의사결정으로 연결되는 ‘살아 있는 디지털 트윈’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섯째, 사람의 조작에서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GIS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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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컨퍼런스에서는 AI Assistant를 넘어 Agentic GIS의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AI 에이전트는 질문에 답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사용자가 원하는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찾고, 분석 절차를 계획하고, 여러 GIS 도구를 연속적으로 실행한 뒤 결과를 보고서나 지도 형태로 제시한다.
ESRI는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활용해 AI 에이전트가 위치서비스와 GIS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기능을 베타로 공개했다. ESRI의 공식 기술 세션에서도 GeoAI를 활용한 데이터 추출과 공간분석, AI Assistant, MCP를 통한 시스템 연계와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GIS는 ‘공간정보시스템’에서 ‘공간지능시스템’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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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들을 하나로 연결하면 GIS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선명해진다.
지금까지 GIS는 현실세계의 객체를 좌표와 속성으로 표현하고, 이를 지도에 시각화하며, 공간적 관계를 분석하는 시스템이었다. 앞으로의 GIS는 여기에 인공지능을 결합해 장소의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고, 변화의 원인을 추론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필요한 행동까지 제안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다.
GIS의 핵심 산출물도 달라진다.
과거 GIS의 대표적인 결과물이 지도였다면, 앞으로는 공간적 통찰, 위험경보, 미래예측, 정책 시나리오와 행동 권고가 핵심 결과물이 된다. 지도는 사라지지 않지만, 지능적인 판단과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인터페이스로 그 역할이 바뀐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GIS는 공간정보시스템에서 공간지능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의 속도보다 더 두려운 것은 대응의 지체다.
이번 행사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기술의 우수성보다 변화의 속도다.
불과 몇 년 전 개념과 실험 단계에서 논의되던 기술들이 이미 ArcGIS 제품과 실제 업무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공간데이터의 수집, 가공, 분석, 시각화와 공유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었고, 공간정보를 활용하는 사람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 사이의 격차도 빠르게 벌어질 가능성이 보였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준비하고 있는가이다.
국내 공간정보 정책은 여전히 데이터 구축량, 시스템 개발과 포털 운영을 주요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공간정보 기업 역시 공공 발주에 따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납품하는 사업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데이터 구축과 분석, 시스템 개발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한다면 기존 사업모델은 지속되기 어렵다. 향후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보유했는가보다,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AI가 활용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다. 개별 기능을 얼마나 잘 개발하는가보다, 데이터와 모델, 분석과 의사결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공간정보 전문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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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능숙하게 조작하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질문을 공간적으로 정의할 것인지, 어떤 데이터와 모델이 적합한지, AI가 만들어 낸 결과에 오류와 편향은 없는지, 그 결과를 정책과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GIS 전문가는 지도 제작자나 시스템 운영자를 넘어 공간 AI의 설계자이자 감독자, 그리고 데이터와 정책을 연결하는 공간적 의사결정 전문가로 전환돼야 한다.
파도는 이미 밀려오고 있다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를 가득 채운 수많은 발표와 전시는 하나의 공통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AI는 GIS의 일부 기능으로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 GIS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서비스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Living Atlas와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은 GIS가 활용하는 데이터와 지식의 기반을 바꾸고, AI Assistant는 GIS의 사용방식을 바꾸며, Agentic GIS는 공간정보 업무의 수행방식을 바꿀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중요한 것은 파도가 온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가 어디에서 시작됐고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며 우리의 정책과 산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이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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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재에서는 UC 2026에서 논의된 기술을 하나씩 살펴보고, 그 변화가 한국의 공간정보 정책과 산업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다음 2회에서는 GeoAI, AI Assistant, 공간 파운데이션 모델과 Agentic GIS를 중심으로 AI가 GIS의 사용법과 업무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