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오른 중형위성 4호 민간시장 외면한 반쪽짜리 성공√ 정부 농림위성 발사 성공 뒤에 가려진 ‘뉴스페이스’ 조달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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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오후 4시 10분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차세대중형위성 4호가 펠콘9 발사체에 탑재되어 날아 오르고 있다(사진=스페이스 X 유튜브 갈무리). © 커넥트 데일리 |
(커넥트 데일리=김영도 기자)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우주 개발 역량을 증명할 차세대중형위성 4호가 우주로 날아올랐다.
우주항공청과 농촌진흥청, 산림청은 우리 시간 2026년 7월 7일 오후 4시 10분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차세대중형위성 4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국내 산업체가 위성 개발의 전 과정을 주도해 국산화율을 7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한국 우주 기술의 자립성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하지만, 화려한 발사 성공의 이면에는 국내 민간 우주 스타트업의 고사 위기와 공공 조달 시장의 고질적인 외산 선호 관행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위성을 쏘아 올리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진정한 우주항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주로 향한 중형위성 4호, 독자 관측 시대의 개막
차세대중형위성 4호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탑재되어 고도 888km의 태양동기 원궤도로 진입했다.
발사 약 2시간 22분 뒤 발사체에서 분리된 위성은 노르웨이 스발바르 지상국과의 최초 교신을 통해 목표 궤도 안착 여부를 확인한다.
이 위성은 중량 약 514kg 규모로 국내 핵심 기술로 개발된 컬러 5.0m급 해상도의 광역관측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다.
120km 이상의 넓은 관측폭을 통해 단 두세 번의 통과만으로 한반도 전체를 촬영할 수 있는 효율성을 자랑한다.
전국을 3일 주기로 관측하며 농작물 작황 분석, 농경지 이용 변화 모니터링, 산림 훼손 및 산불 피해 정밀 관측 등의 공공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설계부터 제작, 시험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발사 후 약 4개월간의 초기운영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임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데이터 조달의 역설, 외산에 점령당한 공공 시장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독자 위성을 확보하는 사이 국내 민간 위성 업계는 공공 시장의 철저한 외면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최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국내 민간 위성 기업 인스페이스 대표가 주 수요처인 정부 기관이 국내 민간 영상은 한 장도 사지 않고 해외 위성 영상만 구매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통령은 “동일한 조건이면 국내 기업의 것을 사주는 것이 원리적으로 맞는데 왜 외국 것을 사고 있냐”며 관계 부처를 강하게 질책했다.
감사나 문책을 피하기 위해 검증된 외산 제품만 선호하는 관료 사회의 보신주의적 관행을 정면으로 꼬집은 것이다.
정부 부처들이 해외 영상을 채택한 명분은 미국의 ‘플래닛 랩스’ 등이 보유한 압도적인 위성 수량과 짧은 촬영 주기를 앞세웠다.
100기 이상의 군집 위성을 운용하는 해외 기업에 비해 국내 상용 기업은 위성 수가 적어 재방문 빈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은 맞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우주항공청이 정부 부처들의 해외 영상 구매 현황이나 구체적인 수요 해상도조차 파악하지 못해 국가 우주 정책의 컨트롤타워로서 부실한 민낯을 역력히 드러냈다.
민간의 기술적 항변과 기술 자립의 미스 매치
민간 위성 스타트업 인스페이스의 기술력은 결코 정부의 국책 위성에 뒤처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스페이스는 현재 4기의 초소형 지구관측 위성인 ‘세종 시리즈’를 쏘아 올려 자체적인 군집 위성 체계를 구축하며 촬영 주기 문제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
공간 해상도 역시 정부의 중형위성 4호와 유사한 5m급을 충족한다.
지난 3월에 발사한 세종 3호는 다중분광 및 초분광 카메라를 탑재해 정부 농림 위성보다 더 많은 밴드 수를 보유하는 등 분광 해상도 측면에서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했다.
442개의 파장 대역 수집 능력은 위성영상 데이터의 화학적 물리적 정밀도를 결정짓는 강력한 무기이다.
독일 OHB SE의 EnMAP 위성이 242개 대역, 이탈리아 우주국(ASI)의 PRISMA가 240개 대역, 신흥 강자인 인도 픽셀의 파이어플라이(Firefly)가 150개 이상의 대역을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세종 3호의 스펙은 글로벌 상용 및 공공 초분광 위성들을 완전히 압도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대역폭이 세분화될수록 지표 물질에서 반사되는 빛의 고유한 스펙트럼 지문을 더욱 정밀하게 해독할 수 있어 작물의 병해 조기 탐지나 산림 훼손 분석의 정확도가 극대화된다.
이처럼 기술력이 뛰어난 국산 데이터가 존재함에도 조달 기준이 오직 ‘촬영 주기’에만 매몰되어 국내 기업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미스 매치가 발생한 셈이다.
대통령은 이 상황을 정부와 민간 사이의 소통 부족으로 결론짓고,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한 업체를 미워하지 말라며 민관 협업 강화를 지시했다.
정부 기관이 국산 민간 위성 데이터를 채택하지 못할 경우 납득할 만한 해명과 설명을 제공하라는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위성산업 생태계 중심으로 전환해야
정부가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성과에만 도취되어 있다면 국내 우주 산업은 둥지 없는 새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우주항공산업의 진정한 발전은 독자 위성의 수량 증가가 아니라, 전후방 연관 산업과 민간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달려 있다.
정부가 자국 민간 기업의 초기 제품을 과감하게 구매해 주는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역할을 기피한다면 결국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는 구호에 그칠 뿐이다.
우주항공청은 타 부처의 외산 위성 영상 조달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국산 민간 영상 구매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중형위성의 넓은 관측폭과 민간 초소형 위성의 정밀 분광 데이터를 상호 보완적으로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조달 모델의 도입을 통해 글로벌 위성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대안으로 적극 검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