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 발전 기획 시리즈 제4화] 혁신보다 '생존'을 발주하는 공공시장이라는 거대한 중력

장산곶매 칼람니스트 | 기사입력 2026/06/28 [09:59]

[공간정보 발전 기획 시리즈 제4화] 혁신보다 '생존'을 발주하는 공공시장이라는 거대한 중력

장산곶매 칼람니스트 | 입력 : 2026/06/28 [09:59]

(커넥트 데일리=장산곶매 칼럼니스트)  

혁신보다 '생존'을 발주하는 공공시장이라는 거대한 중력

⚡ 오늘의 팩폭 — 3줄 요약

  • 의존성  국내 공간정보 시장의 압도적 비중이 공공발주에 묶여 있음
  • 고착화  기술력보다 '과업지시서' 준수와 서류 완결성이 낙찰을 가름
  • 악순환  시장 확장 대신 한정된 파이 안에서 '나눠먹기' 내부 경쟁 과열
보너스 팩폭 ㅣ 공간정보산업 실태조사 기준, 국내 공간정보 기업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공공부문에서 발생합니다.
민간 시장 개척은 구호로만 존재하고, 실제 생존은 정부 사업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 '과업지시서'라는 이름의 설계도, 혹은 감옥

공간정보 업계의 시계는 정부의 '회계연도'에 맞춰 흐릅니다. 연초에 사업이 공고되고, 연말에 정산이 끝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권위를 갖는 것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한 권의 '과업지시서'입니다.

발주처가 공법과 도구, 심지어 데이터 포맷까지 미리 정해주는 시스템에서 기업의 창의성이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정해진 레일 위를 탈선 없이 달리는 것만이 '성공적인 사업 완수'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기술 혁신은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로 간주되어 기피 대상이 됩니다.

"새로운 딥러닝 기법을 제안하면 '전례가 없다'는 답이 돌아오고, 기존 방식을 제안하면 '안전하다'며 낙찰됩니다. 우리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발주처의 불안을 해소하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죠."

🔒 "과업지시서 감옥"

발주 → 과업지시서 확정 → 제안서 작성 → 심사 → 수행 → 납품 → 완료보고
이 7단계 어디에도 "더 좋은 방법을 찾아도 됩니다"라는 칸은 없습니다.
혁신이 들어올 문이 구조적으로 잠겨 있는 겁니다.

삽화

🍰 커지지 않는 파이, 치열해지는 '나눠먹기'

공간정보가 물류·모빌리티·프롭테크 등 민간 산업으로 뻗어 나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의 생태계는 공공 예산이라는 한정된 파이 안에 갇혀 있습니다.

📌 경쟁의 질적 하락: 기술 경쟁 → 영업 경쟁

시장이 커지지 않으면 기업들은 옆 회사의 몫을 뺏어와야 합니다. 이때 승부를 가르는 것은 혁신적인 알고리즘이 아닙니다. 발주처와의 관계, 제안서의 유려함, 무결한 서류 증빙 능력이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됩니다.

이른바 '나눠먹기식 내부 경쟁'입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코딩보다 HWP 파일 만지는 시간이 더 많다"며 업계를 떠나고, 그 자리는 공공 사업의 문법에 최적화된 이들이 채웁니다.

🌍 발주 방식을 바꾼 나라들

이 문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미 해법을 찾은 나라들도 있습니다.

📌 벤치마킹 1 — 영국 정부 성과기반 조달(PbR)

영국은 공공 IT 조달에 '성과기반 계약(Performance-based Contracting)'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무엇을 만들어라"가 아니라 "이런 결과를 달성하라"고 발주하는 방식입니다.

방법은 기업이 스스로 선택합니다. 덕분에 스타트업도 대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고, 기술 혁신이 수주의 무기가 됩니다. 우리 과업지시서 방식과 정반대입니다.

📌 벤치마킹 2 — 미국 SBIR (중소기업 혁신연구 프로그램)

미국은 정부 기관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공개하고, 스타트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솔루션을 제안해 경쟁하는 구조를 운영합니다. NASA·국방부·에너지부 등이 참여하며, 공간정보 분야에도 다수의 과제가 열려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혁신을 사고, 기업은 글로벌 기술력을 키웁니다. 우리가 HWP 제안서를 다듬는 사이, 이 기업들은 다음 세대 기술을 만들고 있습니다.

 
💡 Lim's 생각

공공발주 중심의 공간정보 산업은 항상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공간정보 업계들이 영세하므로 공공발주 사업이 없다면 산업계가 무너질수 있다는 두려움 역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결국 파이가 커지지 않는 문제가 더 핵심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봉급은 안오르는 직장인처럼, 파이가 커지지 않는 이상은 내부경쟁을 안하며 영세함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파이는 누가 키우나요? 사실 대기업 참여제한 문제가 우선적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파이를 키우려면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적 투자는 여유가 있는 이들이 가능하니까요.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무턱대고 덤비고 도전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딱 한번이라도 스타트업의 성공은 새로운 파이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대기업의 참여 제한 문제와 스타트업의 지원 문제는 결국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지도(공간정보가 아닌)의 속성으로 인해 지금과 같이 회계연도 내의 과업지시서 중심 공공사업이 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파이를 키우지 않고서는 공생이 불가능한 환경이라면 우선 공공에서 혁신을 지원하고, 기술도입과 도전을 유도하는 사업 방식에 대한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타분야에서는 문제해결형 과제 등이 있지만, 우리는 우리 기술혁신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타 분야 활용/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만 있습니다. 무엇인가 앞뒤가 바뀐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 연재 흐름 — 지금 어디쯤 왔나

1회 인프라 2회 포맷 3회 갱신 4회 시장구조 ←지금

1~3회가 기술의 문제를 다뤘다면, 4~6회는 생태계의 문제로 들어갑니다.
다음 회차: [제5회] 매년 타 쓰는 '용돈 예산'으로는 국가 디지털 백본을 세울 수 없다

✏️ 편집 메모 (클로드)
제미나이 원안의 핵심 비유(레일 위 기차, 나눠먹기)는 그대로
추가한 것: 팩폭 보너스(공공 매출 비중), "과업지시서 감옥" 키워드 박스, 영국 PbR·미국 SBIR 벤치마킹, 연재 아크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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