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 발전 기획 시리즈 제3화] ‘1년 한 번 제삿날 지도’

장산곶매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6/06/14 [16:08]

[공간정보 발전 기획 시리즈 제3화] ‘1년 한 번 제삿날 지도’

장산곶매 칼럼니스트 | 입력 : 2026/06/14 [16:08]

(커넥트 데일리=장산곶매 칼럼니스트)  

우리 지도는 1년에 한 번 효도하는 '제삿날 지도'?




⚡ 오늘의 팩폭 — 3줄 요약
  • 현상 수십억 원을 들여 완벽한 3D 정밀지도를 구축하고 성대하게 발표회를 연다.
  • 반전 1년 뒤, 새로 생긴 아파트와 도로는 지도에 없다. 업데이트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 결말 살아 숨 쉬는 '서비스'가 아니라, 예산 심사 때만 꺼내는 '제삿날 지도'로 전락했다.
보너스 팩폭 ㅣ 국가기본도의 법정 갱신 주기는 연 1회입니다.
반면 카카오맵·네이버지도는 수시 업데이트, 쿠팡 물류지도는 사실상 실시간입니다.
재난 대응에 쓰는 지도보다 치킨 배달에 쓰는 지도가 더 최신이라는 뜻입니다.

👻 죽은 데이터의 사회

공간정보 업계에는 웃지 못할 괴담이 하나 있습니다. "구축이 끝나는 날이, 지도가 죽는 날이다."

지도 데이터는 생물과 같습니다. 도로가 뚫리고, 건물이 헐리고, 일방통행이 바뀌는 순간을 반영하지 못하면 그 지도는 생명력을 잃습니다. 어제 개통된 도로를 모르고 뺑뺑이를 도는 내비게이션을 누가 쓸까요?

하지만 우리 공공 정밀지도는 대부분 '구축'에만 예산이 몰려 있습니다. 화려하게 지도를 만들어 놓고, 유지보수와 업데이트 예산은 쥐꼬리만큼 편성합니다. 수십억 원짜리 3D 지도가 1년만 지나도 '과거의 유물'이 됩니다.

이 기막힌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제삿날 지도"

평소에는 아무도 안 찾다가, 1년에 한 번 예산 심사·성과 보고(제삿날) 때만 먼지를 털고 꺼내와 "잘 있습니다~" 하고 보여주는 데이터.

삽화 설명

⏱️ 얼마나 느린가, 숫자로 보면

느리다는 말은 막연합니다. 얼마나 느린지, 나란히 세워보겠습니다.

주체지도 종류갱신 주기
국토지리정보원 국가기본도 연 1회 (법정 주기)
지자체 도로명주소 공간데이터 분기~연 1회
카카오맵·네이버지도 민간 일반지도 수시 (주 단위 이하)
쿠팡·배민 물류·배달 공간정보 사실상 실시간
테슬라 FSD 자율주행 정밀지도 차량 주행 데이터로 상시 학습

같은 나라, 같은 도로를 놓고 민간과 공공의 갱신 속도가 이만큼 벌어져 있습니다.
자율주행·드론 배송·재난 대응 모두 공공 정밀지도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정작 그 기반이 가장 느립니다.

삽화 설명

📦 쿠팡 로켓배송은 '제삿날 지도'로 가능했을까?

쿠팡 물류망을 지탱하는 공간 데이터는 1년에 한 번 업데이트되지 않습니다. 배송기사들이 매일 수집하는 골목길의 변화, 새로 생긴 건물 입구의 위치 같은 데이터가 거의 실시간으로 시스템에 반영됩니다.

쿠팡에게 지도는 '전시용 작품'이 아니라 물류를 흐르게 하는 '혈관'입니다. 혈관이 막히면 배송이 죽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매일 데이터를 '수혈(업데이트)'합니다.

반면 우리 공공 공간정보는 어떤가요?

자율주행·UAM을 하겠다며 정밀지도를 만들지만, 쿠팡처럼 매일 살아 숨 쉬게 할 '갱신 파이프라인'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도로 개통은 내일인데 지도 업데이트는 내년인 구조로 자율주행을 하겠다는 건, 어제 예보를 보고 오늘 우산을 챙기는 것과 같습니다.

🔄 '찍어내는 지도'에서 '살아 숨 쉬는 지도'로

1회의 '샘플의 저주', 2회의 '진흙 데이터', 그리고 이번 3회의 '제삿날 지도'는 사실 하나의 뿌리에서 나옵니다.

우리는 지도를 '완성품'으로 보는 관행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도는 서비스입니다. 스마트폰 앱이 매주 업데이트되는 것처럼, 지도도 살아있어야 합니다. 예산 구조가 '구축 중심'에서 '운영·갱신 중심'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이 악순환은 끊기지 않습니다.

📌 벤치마킹 1 — 핀란드 국가공간데이터 인프라

핀란드 국토측량원(NLS Finland)은 자국 공간데이터를 연속 갱신(Continuous Updating) 체계로 운영합니다. 지자체·건설사·통신사 등이 실시간에 가깝게 변경사항을   신고하면,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즉시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핀란드 인구는 약 560만 명으로 경상도 수준입니다. "작은 나라라 가능하다"고 하기엔 우리 세종시 한 곳도 아직 이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 벤치마킹 2 — 크라우드소싱 기반 갱신 (Waze · OpenStreetMap)

정부가 모든 것을 조사해서 업데이트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Waze는 수백만 운전자의      실시간 주행 데이터로 지도를 갱신하고, OpenStreetMap은 전 세계 자원봉사자들이 지도를 직접 편집합니다.

우리도 민간 배송차량·드론·자율주행 시범차량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표준 API 형태로 공공  공간정보에 환류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공이 혼자 다 찍어내려 하면 항상 뒤처집니다. 파이프라인을 여는 것이 해법입니다.

 Lim's 생각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지도를 만드는 사람인가?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인가?"Lim's 생각

나는 지도보다는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AI가 말하는 '완성품이 아닌 서비스'란 말은 그 어떤 말보다 뼈져리게 다가옵니다.

 그럼에도 구축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단, 목적에 따라 서비스 가능하게 구축을 많이 해야만 유통과 서비스가 가능하니, 구축 역시 서비스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중복 구축을 방지해야 한다는 말을 싫어합니다. 공간 데이터에 중복이라는 말이 의미가 있을까요? 시기가 다르고, 사용 목적이 다름에도 동일한 지역을 다루었다고 중복일까요? 지도라면 작은 변화를 무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징화된 무엇인가를 보고자 하는 동일한 목적이 있겠지만, 공간 데이터는 당연히 사용자에 따라 다른 목적이 있을 겁니다. 누구는 길을 찾고 싶고, 누구는 이쁜 형상을 보고싶고, 누구는 출입구를 찾고 싶고...

예전 계절에 따라 바뀌는 모습을 촬영한 산림청의 항공사진이 중복구축이다 라는 말을 듣고 '헉!'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산림청에게 1년에 한번(지역을 나눠서 했으니 2년에 1번) 바뀌는 사진을 사용하라고 하는 말은 사용하지 말라는 말과 같지 않을까요??

 요즘 세상에 어느 누가 대범하게 목적도 디펜스 할 수 없는 중복 구축을 하며 예산을 낭비할까요? 바꿔말하면, 요즘 같은 정보화 시대에 눈가리고 아웅하는 중복 구축이 가능할까요? 오히려, 예전에 많은 예산을 들여 정확도만을 추구하며 지도를 다시 만들던 것이 중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1부 마무리 — 3회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
1회 · 인프라 확장성
샘플의 저주
2회 · 데이터 호환성
갈라파고스 포맷
3회 · 갱신 주기
제삿날 지도
세 문제의 공통 뿌리: 지도를 '완성품'으로 보는 관행.
2부(4회~)에서는 이 관행을 만들어낸 구조, '시장과 생태계'로 들어갑니다.
✏️ 편집 메모 (클로드)
갱신 주기 비교 표와 핀란드 NLS 벤치마킹을 추가했습니다. Waze·OpenStreetMap 벤치마킹은 제미나이 원안을 살리고 '파이프라인' 키워드로 강화했습니다.

※ 본 칼럼은 PC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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