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칼럼] CES 2026을 통해서 본 공간정보 기술의 동향과 전망(10)

사공호상 교수 | 기사입력 2026/01/13 [01:42]

[명사칼럼] CES 2026을 통해서 본 공간정보 기술의 동향과 전망(10)

사공호상 교수 | 입력 : 2026/01/13 [01:42]

(커넥트 데일리=사공호상 대구대 교수ㆍ전 국토지리정보원 원장) 이 글은 공간정보 미래기술에 대한 참관기로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을 역임한 대구대학교 사공호상 교수님이 CES 2026 현장에서 목격한 기술의 거대한 물줄기를 통찰력 있게 분석해 미래 기술 패권의 결정적 열쇠가 된 공간정보의 진화와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편집자 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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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넥트 데일리 편집위원장이자 공간정보세상 칼럼니스트 사공호상 교수     ©커넥트 데일리


물리적 세계를 읽는 AI의 눈, ‘공간정보’가 이끄는 피지컬 AI 시대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장은 로봇과 자율주행차, 수많은 웨어러블 기기가 가득했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물리적 실체를 갖추고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TechCrunch는 이를 두고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물리적 인프라가 된 해”라고 평가했다. 데이터 생성 현장에서 즉각 정보를 처리하는 엣지 AI 기술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는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 거대한 기술 전환의 중심에는 ‘공간정보’가 있다.

지금까지 공간정보 기술은 지도 제작이나 GPS를 통한 위치 측정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물리적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 완벽하게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과 데이터에 맥락을 부여하는 공간지능 구현의 핵심 기술로 변모하고 있다. AI가 현실을 이해하고 판단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공간을 인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간정보는 AI에게 현실을 보여주는 ‘눈’이자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감각’이다. 나아가 행동의 기반이 되는 ‘지도’ 역할을 하며 AI 시대의 보이지 않는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현실의 완벽한 복제, 공간의 디지털화와 센싱의 진화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제어하는 첫걸음은 그것을 정확하게 측정하여 데이터로 변환하는 ‘공간의 디지털화’에서 시작된다. CES 2026에서는 이 과정을 더욱 빠르고 정밀하며 저렴하게 만드는 혁신 기술들이 대거 선보였다.

자율주행차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LiDAR 기술은 소형화, 고성능화,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노비즈(Innoviz)는 기존보다 저렴하면서도 무게가 600g에 불과한 ‘이노비즈쓰리’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차량 디자인에 완벽히 통합될 수 있다. 중국의 헤사이(Hesai)는 지난 8년간 센서 가격을 99.5%나 낮추며 공간 인식 기술의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절대 위치를 파악하는 GNSS 기술도 위성 신호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CHC Navigation이 선보인 ‘ViLi i100’은 GNSS 수신기에 관성측정장치와 LiDAR, 비전 센서를 결합하여 터널이나 빌딩 숲 같은 음영 지역에서도 끊김 없는 고정밀 측위가 가능하다.

센서들이 수집한 점 데이터를 연결해 입체적인 가상 모델로 만드는 3D 공간 재구성 기술도 AI와 결합하여 실시간 자동화 수준에 도달했다. 리얼씨(Realsee)의 핸드헬드 스캐너는 작업자가 기기를 들고 공간을 걷기만 해도 즉시 3D 지도가 출력된다. 건설 현장이나 부동산 시장에서 작업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생각하는 공간, 공간지능과 산업 메타버스의 결합


단순히 형태를 복제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화된 공간에 지능을 불어넣는 ‘공간지능(Spatial Intelligence)’은 기술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이제 공간은 수동적인 그릇이 아니다.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생각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멘스(Siemens)가 공개한 ‘산업 메타버스’는 실제 공장 및 제품과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가상 세계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현실에 즉각 반영하고 최적화하는 살아있는 운영체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펩시코(PepsiCo)는 이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공장 처리량을 20%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설비 투자 비용도 최대 15%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AI가 물리적 세계의 3차원 구조와 객체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있다. 페이페이 리 교수와 얀 르쿤 같은 세계적 석학들이 ‘월드모델’을 AI의 다음 개척지로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가 물리학적으로 일관된 세계를 지각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지리공간 데이터에 지능을 더한 GeoAI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NTT는 위성 이미지로 지하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기술을 선보였고, GIS 코파일럿은 자연어 질문만으로 공간 분석을 수행한다.

 


새로운 상호작용, 인간-AI 인터페이스의 진화


공간이 디지털화되고 지능을 갖추게 되면서, 인간이 이 지능화된 공간 및 기기와 어떻게 소통하고 제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CES 2026은 이러한 상호작용의 패러다임이 기존의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을 넘어,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직접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Forbes는 “AI의 다음 인터페이스는 바로 당신(You)”이라고 선언하며, 웨어러블 기기와 확장현실(XR) 기술이 공간정보를 소비하고 제어하는 가장 중요한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부상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부활한 스마트 안경은 번역과 요약 등 실용적인 AI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 기기로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뇌파를 감지해 기기를 제어하는 이어버드나 옷깃에 부착해 일상을 데이터화하는 AI 클립 등 다양한 폼팩터도 등장했다. 인간의 기억과 능력을 확장하는 ‘제2의 뇌’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공간 컴퓨팅과 확장현실(XR) 기술은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궁극의 인터페이스를 지향한다. BMW는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설계팀이 가상 공장에서 협업하도록 하여, 차량 검증 시간을 최대 1년 단축한 사례는 XR이 산업 현장의 게임 체인저임을 보여준다.

특히 생성형 AI는 실사 수준의 3D 공간을 짧은 영상만으로 생성해 고비용의 콘텐츠 제작 장벽을 허물고 있다. 이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자신만의 몰입형 공간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공간지능 생태계 구축은 미래의 생존 전략


CES 2026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미래 기술 경쟁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경쟁력은 단순히 더 뛰어난 AI 모델이나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진정한 경쟁력은 현실 세계의 공간 데이터를 얼마나 정밀하고 방대하게 확보하고, 이를 AI와 효과적으로 융합하여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지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달려 있다. 

데이터 수집(센서), 데이터 처리 및 분석(AI 플랫폼), 그리고 데이터 활용 및 상호작용(애플리케이션/인터페이스)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을 장악하는 기업이나 국가가 미래 기술 패권을 쥐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단기적인 기술 개발에 매몰되기보다, 고품질의 공간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다양한 산업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조성하며, 관련 인재를 양성하는 장기적인 안목의 생태계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공간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AI 시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사공호상(司空昊相)


그는 대학에서 토목공학,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석사)과 도시공학(박사)을 공부했다.

 

국토연구원에서 30여 년간 위성원격탐사와 GIS, 공간정보 정책을 연구하면서 GIS연구센터장, 글로벌개발협력센터 소장, 공간정보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부터 3년간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원장으로 재임하면서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국토’의 기반을 다졌다. 국가공간정보위원회ㆍ국가지명위원회ㆍ중앙지적위원회 위원과 한국지리정보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대구대학교 부동산지적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커넥트 데일리 편집위원장으로 유튜브를 통해서 공간정보의 대중적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 사공호상 박사의 공간정보 세상을 진행하며 공간정보의 유용성과 경제적 가치를 제고 하고 있다.

 

주요 연구보고서로 ‘초연결 시대에 대응한 공간정보 정책 방향 연구(2016)’,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차세대 국가공간정보 전략연구(2017)’ 등이 있으며 저서로 국내 공간정보 정책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의 공간정보 정책(회고와 전망)’을 2023년 3월 발행하고, 2025년 5월에는 영문판 ‘The Journey of Spatial Data Infrastructure in Korea’룰 출간해 우리나라 공간정보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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