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산학협력포럼, 구글 지도반출 생태계 사망선고√ 경제 발전과 기술 쇄국 이분법적 프레임 거부
|
![]() |
(커넥트 데일리=김영도 기자) 내달초 확정되는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논란은 더 이상 기술 개방의 문제를 벗어나 우리나라 주권과 공간정보산업 생태계의 미래가 달린 생사의 갈림길에 봉착하게 됐다.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포럼은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9년 만에 다시 공론화된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 이슈를 놓고 국내 공간정보 산학계 전문가들이 국내 안보와 산업 생태계 및 데이터 주권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지 논리적으로 해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공간정보학회 안종욱 회장은 개회사에서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공간정보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산업계와 학계 간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이번 포럼을 마련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 ▲ 대한공간정보학회 안종욱 회장 © 커넥트 데일리 |
안 회장은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공간정보 분야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사실이어서 학회 차원에서 관련 논문과 연구 자료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공간정보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이번 포럼을 준비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학회는 산업 현장의 수요와 학문적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기술 혁신과 인재 양성이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산학협력 포럼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이 집착하는 이유
![]() ▲ 국토연구원 임시영 부연구위원(대한공간정보학회 총무이사) © 커넥트 데일리 |
주제 발표를 맡은 국토연구원 임시영 부연구위원(대한공간정보학회 총무이사)은 국책연구원 소속이 아닌 20년간 분야를 연구한 개인 연구자 입장에서, 현재 논쟁의 한계와 구글의 의도 및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현재 논쟁의 양상이 “구글에 지도 개방을 찬성하는 입장에서 반대자를 ‘AI 시대 쇄국주의자’로, 개방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찬성하는 측을 ‘국가 자산 매국노’로 비난하는 비생산적 프레임 대결에 갇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제적 효과와 국가 안보를 저울질하는 접근법 자체의 오류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이 질문은 저에게 돈 얼마 주면 군대 다시 갈래?라는 질문과 동일하게 들린다”며, “국가 안보라는 가치가 과연 경제적 가치로 치환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일축했다.
임시영 부연구위원은 또 구글은 왜 9년마다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고찰도 가졌다.
그는 특히 9년 전인 2016년과 현재 2025년 구글의 태도 변화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9년 전 정부는 안보 시설에 대한 블러(가림) 처리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조건부로 제시했지만, 구글은 자신들의 회사 정책과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블러 처리를 직접 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임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9년 전에는 1대5000 지도의 가치가 블러 처리와 데이터센터 설치 비용보다 낮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져가겠다는 것은, 지난 9년간 1대5000 지도 데이터의 가치가 구글에게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의미”라고 합리적인 분석을 했다.
지도 데이터의 가치가 단순히 ‘길 찾기 용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 자율주행, 로봇배송, 디지털 트윈 등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산업과 연관된 더 큰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임시영 부연구위원은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반출했을 경우 공유지의 비극을 예시로 국내 생태계 붕괴를 경고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공간정보 산업을 구축 및 제공(공공 예산 투입)과 활용(민간 수익 창출)으로 나누면 활용처에서 번 돈이 다시 구축처로 재투자되어야만 생태계가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고 전제하고 “만약 구글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면서 빚어지고 있는 ‘망 사용료’ 논쟁처럼 국내 데이터 구축에 아무런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전형적인 ‘공유지의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유지에 소를 방목해 이득은 모두 취할 수 있지만, 아무도 공유지를 가꾸지 않으면 결국 황폐화되어 다 같이 죽는다는 것이다.
그는 “활용(플랫폼)에서 나온 가치가 구축(데이터)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국내 공간정보 데이터의 품질은 떨어지고 관련 산업 생태계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뻥은 쳐도 사기는 치지 말자!
또, 그는 지도 반출의 경제적 효과를 부풀린 일부 연구에 대해 연구자의 양심을 언급할 정도로 신랄하게 지적했다.
비전문가 영역에서 발표한 두 개의 논문으로 한국관광레저학회에 게재된 A논문과 한국정보통신설비학회에 게재된 B논문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A논문의 경우 관광객 증가로 인한 효과를 분석했으나, 정작 우리나라를 찾는 주 관광객 국적이 중국과 일본이 가장 많다는 점에서 구글맵 주 사용자가 아니라는 가정의 허점이 지적됐다.
또 B논문의 경우 해외 시장 성장률을 국내 시장에 단순 대입해 21조 원의 효과를 예측했는데 “뻥을 넘어 사기 수준”이라고 강하게 꼬집었다.
국내 공간정보산업 속성을 모른 채 해외 시장(디지털 트윈 등 첨단 산업)의 구조가 전혀 다름에도 이를 동일시한 방법론적 오류가 지적됐다.
임시영 부연구위원은 최근 카이스트-네이버가 연구한 자료(네이버맵 1인당 연 428만 원 가치)를 토대로 역산할 경우, 국내 지도 서비스가 창출하는 세수 가치가 연 1.7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뻥’을 제시하면서 국내 산업의 가치가 이미 막대하지만 증명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과거 '타다(Tada)' 사태를 교훈으로 제시하면서 “반출과 불허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출이 허용되든 불허되든 최악의 ‘디스토피아’를 가정하고, 그 시간 동안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선순환 구조를 지킬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안보ㆍ산업ㆍ주권… 7人7色의 일관된 반대 논거
![]() ▲ 사진 좌로부터 ▲공간정보산업진흥원 황병철 본부장 ▲대한공간정보학회 최진무 국제학술부회장 ▲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 양근우 부회장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김석종 회장 ▲안양대학교 신동빈 교수(좌장) ▲한국측량학회 김원대 회장 ▲신한항업 유중희 사장 ▲공간정보품질관리원 신상호 본부장 © 커넥트 데일리 |
주제 발표에 이어 진행된 지정 토론에서는 산업계, 학계, 유관기관을 대표하는 7명의 전문가가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임시영 부연구위원의 발표에 깊은 공감대를 표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지도 반출이 가져올 구체적인 위험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석종 회장, 업계 90%가 반대…명백한 무임승차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김석종 회장은 산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그는 “2016년 반대 여론이 60.4%였으나, 2025년 현재 90%가 반출에 부정적으로 답했다”며 업계의 반대 입장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고정밀 지도는 막대한 정부 예산과 민간 기술력이 투입된 결과물로 구글은 생산·구축의 고통 없이 활용의 이익만 가져가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구글이 작년 법인세를 172억 원 납부하는 데 그친 점을 지적하며, 이는 “세금과 규제를 회피하며 특혜만 누리려는 무임승차”라고 지적했다.
김원대 회장, 안보 현실 직시해야…구글의 이중성 지적
한국측량학회 김원대 회장은 안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그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UN GGIM AP 총회에 참석해 각국의 대표자들과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안보 이슈가 얼마나 심각한지 일화로 들려줬다.
김 회장은 “안보이슈에 관해 묻는 질문에 총회장에서 불과 15km 거리에 북한이 있어 드론이나 보병 무기로도 공격 가능한 거리라고 얘기하니 다들 놀랐다”면서 고정밀 지도의 심각한 안보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1대5000 지도는 ‘길 찾기’ 서비스에 불필요한 과도한 정보”라면서 “구글이 다른 나라의 지도 축척은 기밀이라 숨기면서 한국의 최상위 안보 자산은 요구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블러 처리를 위해 보안 시설의 좌표를 달라는 요구 자체가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유중희 사장, 기술 종속의 시나리오…악순환의 고리
유중희 사장은 기술 종속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경고에 나섰다.
그는 “구글의 실제 목적은 자율주행과 디지털 트윈 등 미래 산업 선점”이라고 강조하면서 “구글이 데이터를 가져가면 막대한 자본력과 AI 기술로 지도 자동 갱신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국내 공간정보 기술 발전을 가로막고, 결국 광고, 상권, 물류, 배달, AI 등 모든 파생 산업을 구글에 내어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것”이라며 국내 기술력 침체와 핵심 인력 유출을 우려했다.
신상호 본부장, 통제 불능으로 국가 주권 훼손
공간정보품질관리원 신상호 본부장은 품질 관리와 데이터 주권의 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데이터가 국외로 반출되어 가공 및 저장될 경우, 보안 시설 유출 가능성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외국 기업이 자체 가공하는 과정에서 동해와 독도 표기 오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의 공간정보 체계 전반에 대한 품질 불신으로 이어져 국가의 국격이나 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근우 부회장, 중소기업 생존 위협…정치적 희생 우려
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 양근우 부회장은 중소기업과 업계 생태계의 관점에서 생존 문제를 강조했다.
그는 “지도 반출 문제가 기술 논리가 아닌, 관세 협상 등 다른 정치ㆍ외교적 이슈의 희생물이 될 것을 가장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구글은 활용 서비스 시장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구글이 들어오면 국내 플랫폼 사업은 망하고, 국내 기업들은 결국 구글의 API를 사서 쓰는 하청 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업계의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최진무 부회장, 구글 외 다른 외세 압력은?
대한공간정보학회 최진무 국제학술부회장은 산업 피해를 3단계로 예측하면서 구글 외에 다른 국가에서 지도 반출을 요구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먼저 “1단계로 생산적인 분야에서 일본 젠린과 구글의 사례를 들어 구글이 AI로 자체 갱신을 시작하며 국내 항측 업체가 고사하고, 2단계로 프랑스 Mappy 사례를 들어 구글이 API를 무상으로 풀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플랫폼이 몰락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3단계 활용적인 측면에서 독점 후 수수료를 인상해 국내 시장 전체가 종속된다”고 플랫폼 기업의 속성을 진단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구글에 허용하면, 중국의 바이두나 러시아의 요구는 어떻게 거부할 것인지” 외교적 문제도 함께 제기했다.
황병철 본부장, 토종 플랫폼 성공은 불허 덕분
공간정보산업진흥원 황병철 본부장은 국내외 사례를 극명하게 대비시켰다.
황 본부장은 “모 국가 방문 시, 모두 구글 지도를 쓰기 때문에 자체 지도가 없어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해외의 완벽한 종속 사례를 들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도 반출을 불허했기 때문에 네이버, 티맵 등 토종 플랫폼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반출이 허용되면 거대 공룡이 들어오는 것과 같으며, 네이버, 티맵 등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장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은 첫 번째 포럼에서 공론화된 내용을 내주에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고 국토교통부 소속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은 내달 11일 이전까지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한 여부를 확정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 ▲ 공간정보산학 어벤저스가 구글의 지도 반출 요구에 반격하고 나섰다. © 커넥트 데일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