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원 원장, 책임감으로 여는 항공안전 패러다임 전환√ 항공안전기술원, UAMㆍ드론 안전 인증으로 글로벌 표준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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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안전기술원 황호원 원장 © 커넥트 데일리 |
(커넥트 데일리=최한민 기자) “제도와 기술을 아우르는 안전 인증이야말로 국민이 항공산업을 신뢰할 수 있는 토대입니다. UAM과 드론 시대에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제도와 기술을 결합한 인증 체계를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항공안전기술원 황호원 원장은 제도와 기술을 아우른 안전 인증을 통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항공안전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뚜렷한 지향점을 제시했다.
올해 3월 제5대 원장에 취임한 황호원 원장은 1960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학사와 동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대학교에서 법학 박사ㆍ석사(LLM) 학위를 받은 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우주법학과 교수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을 역임하며 항공법, 항공정책 연구를 이끌어온 학자 출신이다.
200여 명 가까운 법학 석박사를 배출한 교육자로서 정부 정책 자문에도 참여해 온 그는 연구실을 떠나 항공안전의 최전선에서 선봉장으로 나섰다.
항공안전의 패러다임 변화와 항공안전기술원의 새로운 역할
황호원 원장은 “이제는 현장에 맞는 책임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취임 직후 제도와 기술을 한데 묶는 안전관리 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황호원 원장이 지난 반년을 돌아보며 가장 크게 꺼낸 단어는 ‘책임감’이다.
황호원 원장은 “학교에서는 기준을 강화하자고 쉽게 말했지만 현장에 오니 예산이나 인력, 시간 등의 제약 속에서 이론과 실제가 보완될 때 완전한 법ㆍ정책이 된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안전의 흐름을 사후 검증에서 선제 예방으로, 개별 기술 안전에서 통합 시스템 안전으로 전환하는 것을 시대적 요구로 규정했다.
특히 인증기관의 역할을 “시험을 내고 채점하는 선생님”에 비유하며 “선수가 뛰는 경기에서 심판이 더 깊이 알아야 공정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인증의 전문성 강화를 과제로 제시했다.
UAM과 드론처럼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일수록 심판 역할을 맡은 인증기관이 기술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표준, 학회 활동을 확대하고 내부 역량을 체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근 항공안전기술원이 연속 기술 세미나를 가동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항공안전기술원은 UAM Team Korea 간사기관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UAM 안전 및 인증 전반을 다루는 연속 기술 세미나를 정례화했다.
지난 7월부터 이달 초에 진행된 1ㆍ2차 세미나에서는 ▲조종사 자격 기준 및 운항 법규 ▲eVTOL(전기식 수직이착륙 항공기) 구조ㆍ소재 ▲전기추진ㆍ배터리 안전 등 핵심 의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달 말과 11월 초에 진행되는 후속 회차는 소음, 사이버보안, 버티포트, AI로 이어질 예정이다.
황호원 원장은 “국제 표준을 단순히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UAMㆍ드론 안전, 글로벌 표준으로 확장
![]() ▲ 항공안전기술원 황호원 원장 ©커넥트 데일리 |
또한 항공안전기술원은 국토교통부와 함께 ▲조류 충돌 ▲빌딩풍 ▲전파 간섭 ▲운항 충돌 ▲배터리 안정성 등 UAM 5대 안전 이슈를 전제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도심항공교통이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도심 빌딩 숲 사이를 저고도로 비행하는 eVTOL은 기존 항공기보다 조류 충돌 위험이 높고 도심 난류(빌딩풍)와 전파 간섭에도 더 쉽게 노출된다.
또 드론이나 헬기 등과 공역을 공유하기 때문에 운항 충돌 가능성이 크며 전기추진 배터리의 안정성 문제 역시 안전성의 핵심 변수다.
항공안전기술원이 이 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유는 이슈 하나하나가 곧 상용화 성패와 직결되는 ‘인증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인증기관으로서 기술원은 이러한 위험 요인을 단순히 연구 과제 차원이 아니라 제도화된 안전 기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책무가 있다.
황호원 원장은 “막연한 홍보가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로 검증해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있을 울산 버티포트 실증 사업 등 단계적 시연을 통해 검증 결과를 국민에게 가시적 성과로 안전성에 기반한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드론 생태계에선 드론산업얼라이언스(DIA) 출범이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있었던 창립총회에는 347개 기관이 참여했으며, 운영 주체인 항공안전기술원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양 기관장이 협의체의 공동위원장으로 선임돼 얼라이언스를 이끌게 됐다.
얼라이언스는 ▲핵심기술 자립 ▲상용화 촉진 ▲규제 개선 ▲국제협력 ▲인프라 구축 등 다섯 개 분과로 구성됐다.
항공안전기술원은 시험 및 인증 인프라를 제공하고 해외 로드쇼와 국제 박람회 참여를 연계해 기업들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황호원 원장은 특히 국제협력 분과에서 기술원의 역할을 강조하며 드론산업의 3대 키워드 중 하나인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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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상용화의 관문은 인증이며 그 문을 확실히 세워야 기업이 시장으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하며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국 드론 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항공안전기술원은 미국 FAA(미국 연방항공청), 유럽 EASA(유럽연합 항공안전청), 일본 JCAB(일본 국토교통성 항공국) 등 해외 항공당국과 협력 채널을 점진적으로 넓히고 있다.
특히 ASTM International(국제 재료시험 협회, 2022년 협력각서 체결)과 협력해 UAS(무인항공시스템ㆍUnmanned Aircraft System), UAM 표준 개발을 강화하고 있으며 SAE International(국제 자동차ㆍ항공우주 기술자 협회) 등과 함께 국제 표준화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항공안전기술원은 이를 통해 한국의 안전 인증 체계를 ‘K-Safety’ 브랜드로 정립하고 국제적으로 동등성이 인정되는 감항 및 인증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 기업들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 겪는 비용과 시간의 장벽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호원 원장은 “국제 동등성을 확보한 인증을 만들어 기업 수출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데이터ㆍAI 기반 안전관리와 항공보안 강화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예지 안전관리 전환도 핵심 과제다.
황호원 원장은 “사고를 기다리는 기관이 아니라, 사고를 막는 기관으로 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항공안전기술원은 항공안전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디지털 아카이브와 항공안전관리시스템(ASMSㆍAviation Safety Management System)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분석 결과는 정부와 항공사에 공유되며 간행물 발간이나 세미나를 통해 정책과 현장, 표준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항공보안 분야에서도 책임은 무겁다.
항공안전기술원은 공항 보안검색 장비의 성능을 인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황호원 원장은 이와 관련해 “항공보안에서 최악의 리스크는 폭발물 반입”이라며 장비 성능 고도화와 철저한 인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AI 자동 판독과 3D 스캐닝 같은 신기술을 접목해 장비 성능을 고도화하고 보안요원 자격과 교육 체계 역시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항공보안주간’에서는 제도 운영체계를 소개하고 업계와 기술 상용화 장애 요인을 논의하며 보안문화 확산에도 힘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장비 성능 향상을 넘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강화하고 항공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전문성과 소통으로 여는 미래 항공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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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원 원장의 운영 철학은 전문성과 소통으로 요약된다.
그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구성원 모두가 문제해결형 인재여야 한다”며 “새로운 문제는 창의성으로, 큰 문제는 집단지성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MIT 공대(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250m 무한 복도’를 예로 들며 “다른 전공과의 만남이 창의성을 낳는다”고 강조했다.
이 복도는 건물이 일렬로 길게 설계돼 학생과 연구자들이 이동 중 자연스럽게 타 전공인과 마주치도록 한 구조로 돼 있어 학제 간 협업과 융합 아이디어를 촉진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꼽힌다.
황호원 원장은 취임 이후 분기별 전 직원 소통의 자리, 파트 리더 브레인스토밍 등 제도적 소통 장치를 운영해 부서 간 벽을 낮추고 의사결정의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원칙은 법대로, 방식은 대화로”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는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 재설계 ▲UAMㆍ드론 등 신기술의 안전한 도입을 뒷받침할 인증 역량 강화 ▲데이터ㆍAI 기반 예지 안전관리 정착 등 크게 세 가지다.
그는 이 같은 과제를 “미래 항공안전의 토대를 다지는 일”로 규정하며 특히 모든 목표의 중심에는 ‘인증’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호원 원장은 “인증은 안전을 확인하는 절차이자 상용화로 가는 문”이라며 “그 문을 확실히 세워 항공안전기술원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